[수도권 포커스]음식물 쓰레기 '여름大亂' 예고

  • 입력 2000년 2월 16일 19시 31분


《음식물 쓰레기 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수도권쓰레기매립지 주민대책위원회(위원장 양성모)가 7월부터 음식물쓰레기의 매립지 반입을 금지하기로 최근 결의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재 매립지에 묻고 있는 하루 3600t 의 수도권 음식물쓰레기가 길거리에 방치될지도 모를 형편이다.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자치단체들은 분리수거제의 전면 도입 등 대책 마련에 나섰으나 아직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음식쓰레기 반입금지▼

주민대책위는 1월 정기회의에서 97년 초 3개 시도와 맺은 ‘3공구 매립시점(2000년 7월)부터 악취 방지를 위해 음식물쓰레기는 재활용을 원칙으로 한다’는 협약을 근거로 7월부터 음식물쓰레기의 반입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서울시 등은 주민대책위와 협상에 나섰지만 주민대책위는 각 기초자치단체의 쓰레기 재활용 대책을 제출받아 검토한 뒤 현실성이 있다고 평가되는 경우에만 선별적으로 음식물쓰레기를 받기로 했을 뿐 7월 반입 금지 원칙에는 변함이 없는 상태다.

주민대책위 관계자는 “협약을 맺은 뒤 3년이 넘었지만 자치단체에서 음식물쓰레기 처리를 위한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황과 문제점▼

현재 서울 인천 경기의 하루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은 약 5567t. 이중 34%인 1900여t만 퇴비로 재활용되거나 소각되며 나머지 3600t가량은 일반 쓰레기와 마찬가지로 종량제 봉투에 담겨 수도권 매립지에 묻히고 있다.

음식물쓰레기를 매립하지 않기 위해서는 분리수거와 재활용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서울시의 재활용률은 35%에 불과하며 인천은 27%에 그치고 있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도 절반 이상이 분리수거가 안되고 있고 단독주택은 아직 요원한 상태”라며 “음식물 쓰레기 분리수거가 주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면이 많아 자치단체로서는 분리수거에 소극적이었고 이것이 사태를 악화시킨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자체적인 재활용시설이나 소각장이 없는 서울 종로 동대문 영등포 성북 동작구 등 과 경기도내 13개 시군은 반입이 금지될 경우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할 방법이 없는 상태다.

한 구청 관계자는 “7월이 되면 주민대책위에서 시범 케이스로 몇몇 구청과 시군의 쓰레기를 받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고 말했다.

▼대책▼

서울시는 2002년까지 음식물 쓰레기 처리율을 80%까지 높인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우선 경기 일대 농가에 소규모 퇴비 또는 사료화시설의 건립을 지원해 600t의 쓰레기를 처리하고 800t은 하수처리장에서 하수와 병합처리하며 나머지 600t은 민간수거업자에게 맡길 예정이다.

인천시도 2002년까지 서구 경서동에 하루 100t을 처리하는 소각시설과 하수병합처리장을 만들 계획이다. 경기도는 외자를 유치해 부천시에 하루 2000t을 처리할 수 있는 광역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을 만들 예정이지만 아직 착공도 못하고 있다.

이처럼 각 시도가 나름대로 대책을 서두르고는 있지만 7월부터 실제로 반입이 금지되면 모두 속수무책인 상황이어서 하루 빨리 정부차원의 대응책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장은 주민대책위와 협상을 통해 시한을 늦추는 것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서정보·이명건기자·수원=박희제기자> suhchoi@donga.com

▼각 구청 처리 아이디어▼

수도권 쓰레기매립지 주민대책위원회가 7월부터 음식물쓰레기 반입을 금지한다는 방침을 밝히자 서울의 구청들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각 구청은 일단 음식물쓰레기 분리 수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아파트나 음식점과 달리 분리 수거가 곤란한 단독주택의 분리 수거 문제가 가장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 자치구에서는 나름대로 음식물쓰레기 분리 수거 아이디어를 개발해 실시하고 있다. 강북구는 지난해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 1200가구에 발효흙을 제공해 음식물쓰레기를 자체처리토록 하는 방법을 도입해 큰 성과를 거뒀다. 가구마다 마당에 얕은 웅덩이를 파고 발효흙과 음식물쓰레기를 함께 넣으면 5일 이내에 발효돼 퇴비가 된다는 것.

이같은 성과가 알려지자 서울시는 상반기에 자치구마다 1000가구씩을 대상으로 발효흙을 나눠줄 예정이다. 시는 단독주택의 30% 정도가 이같은 방식으로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천구는 이달부터 동별로 1개 통(統)을 지정해 일정장소마다 20ℓ짜리 전용 수거통을 5개씩 비치해 놓고 매일 오전 일찍 수거하는 ‘골목거점식 수거’를 하고 있다.

송파구는 3월부터 4개월 동안 100% 분해되는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단독주택 1000가구와 30평 이하 음식점(잠실본동 방이동)에 시범 보급할 예정이다.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쓰레기 봉투는 3개월 정도 지나면 자연분해되는 재질로 동물이 먹어도 상관없다는 것이 특징. 구는 시범기간에 무료로 제공할 방침이다.

송파구 전상영(全相榮)재활용과장은 “단독주택의 경우 음식물쓰레기의 분리수거와 재활용이 성공하려면 분해되는 쓰레기봉투를 도입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시범사업이 성공하면 모든 단독주택으로 확대 보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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