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조정옥/'화성남자 금성여자의 사랑의 완성'

  • 입력 2000년 1월 21일 20시 12분


비행접시를 타고 금성에 착륙한 화성남자가 한 매력적인 금성여자에게 말을 건넨다. “ppaddba!” 금성여자는 알아듣지 못하고 그에게 질문을 던진다. “szrhbb?”

남녀간의 만남과 사랑이 이 정도로 어렵고 절망적이지는 않지만 몇천년의 긴 인류역사 속에서 단단하게 굳어진 여성과 남성만의 인생관과 사고방식이 있다. 그것에 대한 이해없이는 행복한 관계를 맺기 힘들다.

‘화성남자 금성여자의 사랑의 완성’의 저자 존 그레이는 남자를 화성인, 여자를 금성인에 비유하고 있다. 그것은 남자가 여자를, 여자가 남자를 자신과 똑같은 종족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한다면 사랑도 결혼도 실패할 위험이 있다는 경고와 같다. 남자가 고무줄이라면 여자는 파도와 같다. 남자가 버너라면 여자는 오븐이다….

사랑에 관한 학위논문을 썼기에 사랑의 본질이 무엇인지 잘 알고, 가슴속에 정열도 가지고 있는 필자지만 그것만으로는 연애에 성공하기 어려웠다. 그것은 동해안 부근 지리에도 해박하고 자동차에 기름도 가득 부었지만 운전을 잘할 줄 모르기 때문에 그곳에 갈 수 없는 것과 비슷한 상태다.

운전과 같은 연애관계에서 언제 속도를 높이며 언제 브레이크를 걸거나 후진해야 하는가를 존 그레이는 아주 상세하고 자상하게 그리고 체계적으로 가르쳐 주고 있다. 결혼에 이르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할 4단계가 있다.

매력을 느끼는 단계, 상대를 반신반의하는 단계, 서로를 독점하는 단계, 깊은 친밀감을 느끼는 단계, 결혼을 약속하는 단계. 존 그레이는 각 단계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남녀의 심리와 행동방식 그리고 거기에 대한 적절한 대처방식을 일러주고 있다.

그는 자신이 연애기술을 가르친다기 보다는 상대방과 나의 심리를 깨닫도록 유도하는 것 뿐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올바른 인식만이 올바른 행동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정옥(철학박사·성균관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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