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 스탠더드]'反덤핑장벽' 허술…무역전쟁 밀린다

  • 입력 2000년 1월 21일 08시 01분


한국은 1963년 12월 관세법 개정시 ‘부당 염가판매된 물품의 수입으로 국내 생산업을 보호할 필요가 있을 때 정상가격과 부당염가판매가격과의 차액을 추가관세로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반덤핑제도를 처음 도입했다. 이후 87년 무역위원회가 설립되면서 본격적으로 반덤핑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도 미국처럼 반덤핑제도의 운영이 재정경제부와 무역위원회로 이원화되어 있다. 무역위원회가 덤핑여부에 대한 실질적인 조사를 실시하고 재정경제부는 무역위원회의 건의를 받아 반덤핑관세를 부과한다.

하지만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할 때 반덤핑제도 운영상 개선해야 할 사항이 몇가지 있다.

먼저 반덤핑 상계관세 긴급수입제한 등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갖는 산업피해구제제도의 관련법규가 너무 분산되어 있고 애매하게 규정되어 있다. 반덤핑에 대한 절차와 요건은 관세법에 규정되어 있는 반면 조사 및 판정을 담당하는 무역위원회의 조직과 활동에 대한 규정은 대외무역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덤핑으로 피해를 본 국내업체가 처음 심사를 요청할 때는 무역위원회에, 재심사는 재정경제부에 신청하도록 되어 있어 민원인들은 똑같은 서류를 각기 다른 기관에 제출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또 덤핑방지 관세는 관세법상 1개의 조문에만 규정되어 있고 세부사항은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담겨 있다. 덤핑방지관세는 절차와 요건이 상당히 복잡하고 국내법에 반영해야 할 WTO 반덤핑협정의 내용이 많기 때문에 법에 의해 더욱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무역위원회 관계자는 “덤핑방지 관세는 국내산업을 보호하는 대신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조치인 만큼 부과절차에 관한 내용도 법률에 상세하게 규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덤핑제도의 실무를 총괄하는 무역위원회의 전문성에도 문제가 있다. 미국 EU 캐나다 등의 반덤핑관련 위원회에는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인력이 200∼300명씩 배치되어 있는 반면 한국은 50여명의 산업자원부 공무원이 전부다. 전문인력이라고는 2명의 계약직 회계사와 미국 로스쿨을 졸업한 사무관 1명이 고작이다. 일반직 공무원이 산업피해조사 업무를 담당하다 보니 잦은 인사이동으로 업무의 연속성과 전문성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태평양 법무법인 이건호 회계사는 “최근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상품 가운데 상당수가 덤핑가격으로 수입되고 있다”며 “국내산업 보호를 위해서는 하루 빨리 법적인 미비점을 보완해 보다 적극적으로 반덤핑 규정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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