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헌의 뇌와 우리아이]'억지공부' 기억에 잘 안남아

  • 입력 2000년 1월 17일 20시 57분


기억에는 세가지 단계가 있다. 첫번째는 새로운 지식을 외워서 뇌에 입력하는 단계, 두번째는 외운 것이 뇌에 저장되는 단계, 세번째는 다시 생각하는 회상단계이다. 이 세가지 단계 가운데 하나라도 이상이 생기면 정확한 기억을 할 수가 없게 된다.

일반적으로 기억은 감정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주 재미있었던 기억이나 슬프고 놀랐던 기억은 세월이 많이 흘러도 생생히 떠올릴 수 있다. 흥미있는 일이나 좋아했던 것도 빨리 기억할 수 있다.

반대로 싫어하는 것이나 불쾌한 것은 잘 외워지지 않고 쉽게 잊어버린다. 우울할 때나 마지못해 공부할 때는 입력에 애를 먹게되고 저장도 잘 안된다.

뇌의 밑바닥 줄기 한가운데는 정신을 맑게 깨어 있게 유지해 주고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신경세포의 그물이 있다. 망상활성화계라고 부르는 이 신경세포의 그물은 뇌의 맨 위쪽에 있는 대뇌 신경세포에 계속 자극을 보내 정신을 맑게 유지해 주고, 한 곳으로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감정이 복잡하거나 여러갈래로 흩어질 때는 이 망상활성화계도 흩어지고 억제되어 주의력이 산만해지면서 기억 기능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좋은 기억력을 유지하려면 우선 의식적으로 기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즐거운 마음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불안하거나 우울할 때는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운동을 해서 기분을 전환하는 것이 좋다.

내키지 않는 상태에서 억지로 공부시키는 것은 효과가 없다. 즐거운 기분에서 자율적으로 공부를 하도록 이끌면 싫어하던 과목의 성적도 오르게 된다.

서유헌<서울대의대 교수·한국뇌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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