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홍은택/'정보화 열기'에 가린 환경

  • 입력 2000년 1월 17일 20시 06분


세계 환경 감시 기구 월드워치(World Watch)는 1984년부터 해마다 ‘세계의 상태(State of the

World)’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환경오염에 대한 지구적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왔다. 올해의 보고서는 15일 발표됐다. 새 밀레니엄을 맞았기 때문인지 올해 보고서는 주제부터 특이했다. ‘정보화와 환경.’

미국에서는 인터넷 보급으로 수백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지수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다. 유에스에이투데이와 갤럽의 합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민의 60%가 살기 편해졌다고 생각할 만큼 낙관론이 팽배하다.

그러나 월드워치의 레스터 브라운 소장은 “다우존스지수가 올라갈수록 지구의 건강은 악화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인터넷 발전은 사람들을 ‘가상의 세계’에 집착시켜 지구의 진정한 현실을 못보게 하는 경향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두 가지 사건을 상기시켰다. 하나는 알프스산맥에서 5000년 전에 사망한 시신이 눈에 덮여 완벽히 보존됐으나 눈이 녹는 바람에 1991년 발견된 일, 또 하나는 캐나다 서부에서 온전히 보존됐던 시신이 지난해 빙하가 녹아 발견된 일이다. 이 두 가지 사건은 지구 온난화에 대한 조상들의 경고라고 그는 풀이했다.

그러나 인류는 이런 경고들을 무시하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지구촌에서 비만과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사람이 각각 12억명에 이를 만큼 부(富)의 편중이 심화되고 있다. 숲은 좁아지고 토양은 부식되며 수질은 오염되고 희귀동물은 자취를 감춰 간다. 그런데도 인류는 정보화의 맹목적 추구 속에서 그런 것들을 잊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지적대로 우리는 자연에도 ‘다시 누르기(Reset)’ 버튼이 있는 것처럼 착각하면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홍은택 <워싱턴특파원> euntac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