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나혜석전시회/작품세계보다 극적인 삶에 초점

  • 입력 2000년 1월 16일 20시 26분


국내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인 나혜석(1896∼1948)은 흔히 드라마틱한 삶의 주인공으로 널리 알려져있 도쿄여자미술전문학교 출신의 신여성으로 서울에서 가진 첫 전시의 대성공, 독립운동가 최린과의 염문과 남편과의 이혼, 여성편력을 즐기면서도 정절을 강조하는 남성들의 이중적인 모습에 대한 공개적인 논박과 주변의 냉대, 극도의 궁핍속에 아무도 지켜보지 않는 가운데 쓸쓸히 맞은 죽음….

최근 나혜석에 대한 재조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그의 진보적 여성관, 신여성으로서의 행적 등에 대한 다양한 의미부여가 시도되고 있다.

다.

서울 예술의전당은 2월7일까지 ‘스페인 국경’ ‘파리풍경’ 등 나혜석의 유작과 나혜석관련 사진 등 80여점을 전시하는 기획전을 연다.

그는 이혼 후 몇차례 전시회를 열었으나 주위의 혹독한 냉대를 받아야했다. 그러던 그가 2000년 2월의 문화인물로 선정됐다.

이번 전시는 그래서 나혜석에 대한 달라진 인식의 반영이자 그의 생애와 예술세계를 재조명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의 작품은 ‘만주 봉천 풍경’ 등 초기에는 사실적이고 인상주의적인 화풍을 보이다가 ‘파리 풍경’ 등 결혼생활 중기에 이르러서는 거침없는 필치와 색채로 야수파적인 면모를 보였다.

한편 미술계 일각에서는 나혜석의 작품 중 일부는 명성에 못 미친다는 지적도 있다. 서구 미술 도입초기의 유명세에 의해, 극적인 삶으로 인해 신비화되는 측면도 있었다는 것이다. 이같은 점을 불식시키기위해서는 나혜석의 유작들을 한데 모아 미술계의 평가를 기다렸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전시내용은 사진자료가 대부분이고 실제작품은 10여점 밖에 되지 않는다. 여전히 그의 작품보다는 생애에 더 포커스가 맞춰진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02-580-1300

<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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