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 낙관론 넘치지만…

  • 입력 2000년 1월 2일 22시 27분


우리나라는 대체로 좋은 숫자의 경제성적표를 쥐고 새 천년 새 세기의 첫 해를 맞았다. 국가부도의 벼랑 끝에 몰렸던 2년여 전과 그후의 고통스러운 위기탈출 과정을 돌이켜보면 정말 세기말을 잘 넘겼다는 생각이 든다. 2000년의 우리 경제에 대해서도 장밋빛 낙관론이 주류를 이룬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경제예측에 현혹돼선 안된다. 멀리 갈 것없이 최근 3, 4년간 우리 정부나 국제통화기금(IMF) 국내외 연구기관 등이 벌여온 '전망틀리기 시합'만 봐도 그렇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는 정부와 관변기관들이 '장미꽃'을 더 열심히 그려낸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요컨대 지나친 낙관론을 맹신하지 않고 오히려 경계하는 자세가 각 경제주체들에게 우선 요망된다.

정부부터 긴장을 풀어선 안된다. 정책성과를 자랑하고 싶겠지만 실적과시가 지나쳐 각계의 이완을 부채질해선 안된다. 작년 하반기부터 다시 고개를 든 호화사치성 과소비와 IMF고통 보상요구의 확산은 정부여당에 의해 부추겨진 측면이 있다. 기업구조조정 후퇴와 공기업 개혁 불발도 마찬가지다. 아직 샴페인을 터뜨릴 때는 아니라면서도 샴페인 뚜껑에 손을 갖다대는 시늉을 자꾸

하고 있으니 '고비용 저효율' 구조로의 회귀조짐이 나타나는 것이다.

올해 우리 경제는 특히 총선때까지 3개월간 정부 기업 및 노동계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좌우될 것같다. 정부가 여당의 선거운동에 동원돼 '언젠가는 다수 국민이 그 비용을 치러야 할' 인기성 정책에 매몰될 경우 총선 후의 경제안정은 기약하기 어렵다. 또 기업과 노동계가 총선 때까지 이익투쟁에만 매달리고 정부가 이에 휘둘린다면 우리 경제의 구조개혁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우려마저 있다.

지난해 우리 경제의 고성장은 '외상'성장, 불균형성장, 해외요인에 편승한 성장이었다.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를 누증시키면서 재정지출 확대, 통화팽창, 인위적 저금리정책 등을 통해 부추긴 성장으로 이런 정책엔 한계가 있다. 또 일부 효자산업에 편중괴고 소득구조의 양극화현상을 심화시키면서 이룬 성장으로 이는 무거운 해결과제다. 한편 세계경제 특히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증대하고 있으며 아시아 금융외환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해외석학의 진단도 있다. 우리 경제 전반의 구조개혁을 더 확실하게 진전시키지 않으면 안될 이유들이다.

더구나 세계적으로 가속도가 붙고 있는 인터넷과 디지털혁명이 경제의 불확실성을 더욱 증폭시키면서 경제 패러다임 자체의 역사적 변화를 재촉하고 있다. 이 새로운 물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면서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국가적 전략 또한 절실히 요망되는 2000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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