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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2월 23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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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이…’는 이렇게 단순한 소재도 영화가 될 수 있냐는 느낌을 주지만 씹으면 씹을수록 인생의 진한 맛이 우러나는 작품이다.
무대는 궁핍과 정(情)이 공존하는 중앙아시아 타지키스탄의 시골 마을.40대 초등학교 교사 아노르(무하마드 쇼디 분)는 가난하지만 소신껏 살아가는 인물.어느날 옆집 부자가 그의 집 담장 밑에 화장실을 만든 뒤 아내를 훔쳐보기 시작하면서 사건은 시작된다.지방 검사는 법은 사회적 신분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며 그의 호소를 무시한다.이에 분노한 아노르는 검사 집 옆에 마을 사람들이 모두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만들겠다며 혼자서 땅을 파기 시작하는데….
평범한 남자가 흑백 화면 속에 무표정한 얼굴로 벌이는 권력에 대한 ‘작은 전쟁’이 감동적이다. 화장실용으로 판 구덩이가 이 마을에서 200년만에 발견한 우물이 되는 대목은 인생의 아이러니를 느끼게 한다.러시아국립영화대학 졸업동기생인 민병훈과 타지키스탄의 잠셋 우즈마노프 공동연출.93분.24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동숭시네마텍 단독개봉.모든 연령 관람가.
<김갑식기자>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