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世紀(세기)

  • 입력 1999년 12월 19일 18시 47분


漢字 ‘年’은 벼가 익어 고개를 숙인 모습에서 나온 글자다. 따라서 본디 ‘곡식이 익다’란 뜻이다. 쉽게 믿어지지 않는 것은 漢字가 여러 단계를 거쳐 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벼는 일년에 한 번씩 익었으므로 年은 곧 ‘一年’을 뜻하기도 했다. 이렇게 年이 ‘시간’의 뜻으로 轉用(전용)되자 ‘벼가 익다’는 뜻은 벼를 뜻하는 ‘禾’와 머리를 숙여 생각한다는 ‘念’자를 합해 稔(익을 임)자를 새로 만들어 표시했다. 稔은 ‘염’으로도 발음되지만 뜻은 같다.

참고로 일년을 歲(세), 또는 載(재), 祀(사)라고도 했다. 秦(진)나라 때부터 年과 歲가 함께 쓰이면서 年歲는 ‘나이’를 뜻하게 됐다. 또 소의 앞니가 일년에 하나씩 난다고 하여 齡을 일년으로 삼기도 했는데 이 때문에 年齡이라는 말도 나왔다.

이렇게 한 해를 뜻하는 글자가 만들어지자 週期的으로 돌아오는 해를 기록하는 방법도 생각하게 되었는데 우리말로 ‘돌’은 ‘일년’을 뜻하므로 ‘周年(週年)’이라고 했으며 10년이면 年代(연대), 12년은 紀, 30년이면 世 또는 代, 합해서 世代, 60년은 甲(갑) 또는 甲子(갑자)라고 불렀다.

100년을 世紀라고 부른다. 비록 漢字로 표기되지만 19세기 후반 日本 사람들이 만들었다. 물론 중국에도 世紀라는 말은 일찍부터 있었는데 저술의 한 종류로 제왕의 世系를 기록한 典籍(전적)을 뜻했다. 尙書世紀, 帝王世紀라는 책이 있다.

週期로서의 世紀라는 개념은 유럽에서 유래되었다. 곧 예수가 탄생한 해를 기준으로 서기 원년에서 100년을 1世紀, 그 다음 100년을 2世紀라고 부른다. 따라서 아직은 20世紀가 되는 셈이며 며칠 후면 서기 2000년이 되어 21世紀가 시작되는 셈이다.

鄭錫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478sw@mail.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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