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권순활/日 부실기업 '高價매각 비결'

  • 입력 1999년 12월 12일 19시 47분


올해 일본에서는 금융기관을 포함한 많은 부실기업이 해외에 팔렸다. 닛산자동차는 프랑스 르노자동차에 36.9%의 지분을 넘겼다. 일본장기신용은행(장은)은 미국 투자회사 리플우드 홀딩에, 닛산생명보험은 프랑스 알테미스에 경영권을 주었다.

그러나 ‘헐값 매각’ 시비는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의 전문가들은 “빚투성이 기업들이 저렇게 비싸게 팔리나”라며 의아해했다.

르노는 1조4000억엔의 부채를 안은 닛산 지분 인수에 6430억엔을 투자했다. 리플우드 홀딩의 장은 출자액은 1200억엔, 알테미스의 닛산생명 출자액은 1500억엔이다. 인수 후 운영자금은 포함되지도 않은 금액이다.

부실기업을 비싸게 파는 비결은 무엇인가. 일본정부와 해당기업은 서두르지 않았다. 정부는 민간기업에 대해서는 철저히 해당기업에 맡기고 측면지원만 했다. 매각협상 지연에 초조한 표정을 짓거나 협상을 서두르라는 압력을 넣지 않았다. 작년 10월 도산한 장은의 인수후보 결정에는 1년이나 걸렸다.

기업인수에 관심을 가진 구미(歐美)기업이 가끔 자국언론을 통해 ‘외곽 때리기’에 나섰다. 그러나 일본은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구미기업은 일본측이 느긋해하자 일본측에 유리한 조건을 경쟁적으로 내놓았다.

구미기업은 일본기업 인수 후에도 어깨에 힘을 주기는커녕 일본인 비위맞추기에 안간힘을 쓴다. 르노 부사장 출신으로 닛산 최고경영자가 된 카를로스 공은 일본사회를 이해하고 좋아하는 모습을 ‘연출’하느라 부심한다.

일본의 경험은 대우자동차 매각협상 등에 시사점을 준다. 우리는 그동안 협상을 너무 서둘러 후유증을 낳은 사례가 적지않다.

권순활<도쿄특파원>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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