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위증' 캐야 '로비' 나온다

  • 입력 1999년 11월 21일 18시 47분


고급옷 로비 의혹사건에 대한 특별검사팀의 ‘위증(僞證)캐기’에 대한 일부의 반론은 언뜻 그럴듯 하게 들린다. 왜 특검팀이 사건의 본질인 ‘로비’가 있었는지는 캐지않고 고관부인들이 위증을 했느니, 안했느니 하는 것에만 매달려 있느냐는 얘기다. 국회에서 위증을 했다면 그 고발도 국회가 국회법에 따라 할 일이므로 특검의 수사범위와는 먼 얘기라는 소리도 한다.

청와대의 박주선(朴柱宣)법무비서관도 18일 “특검팀이 수사목적에도 없는 위증을 문제 삼아 국회에 관련자 고발을 요구한다”고 불만스럽게 말한 사실이 보도되었다. 당초 옷로비 수사를 맡았던 검사도 “연정희씨가 옷을 되돌려준 날짜를 12월26일이라고 하건 19일이라고 하건 뭐가 그리 중요하냐”며 위증사실을 밝혀낸 특검팀에 못마땅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런 말들이 모두 고관부인들이나 옷장사의 ‘위증’은 ‘진상’과 별개의 문제라고 우기는 얘기인듯 하다.

그러나 우리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위증을 가려내는 데서부터 진상의 실마리가 보이리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위증이냐, 아니냐가 왜 중요한가. 애당초 옷로비가 신동아 그룹 총수 최순영씨의 부인인 이형자씨의 일방적 행위로 시작되어 미수에 그쳤다면 이 문제는 벌써 끝난 얘기요, 국민의 관심 밖이다. 그러나 그녀의 로비가 자가발전으로 끝나지 않고 검찰총장 부인을 비롯한 고관 부인들이 그 옷에 일시라도 혹해 끌려다녔느냐, 아니냐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이 남아 있기에 특별검사까지 동원된 상황 아닌가.

말하자면 고급옷을 갖고 검찰의 신동아그룹 수사 물꼬를 돌려보려고 한 이형자씨의 로비공작이 일방적 자가발전으로 그쳤느냐, 아니면 그 옷이 고관부인에게 뇌물성으로 일시나마 갔었느냐 하는 쌍방향성(雙方向性)이냐를 가리는 것이 오늘날 특검수사의 초점이다. 그렇다면 옷을 당시 검찰총장 부인이 며칠간 갖고 있었느냐가 이른바 뇌물성 ‘영득(領得)의사’를 판단하는데 중요해지고, 그 되돌려준 날짜를 감추고 바꾸기 위해 전표를 손대고, 말을 맞추고, 위증한 것이 중대 문제로 떠오르는 것이 아닌가.

조작하고 말맞추고 위증을 한데는 필시 무슨 곡절이 있을 터이다. 당당하게 밝혀져도 떳떳할 일이라면 무슨 이유로, 그것도 로비는 불발되어 신동아 그룹총수가 구속되는 사태에 이르렀는데, 국회에서 거짓말을 않겠다고 선서까지 하고서 서로 짜고 둘러대는 위증을 했을 것인가. 실로 위증이 있었다면 그 위증을 하게 된 이유와 그 위증을 덮기 위한, 또는 덮어주기 위한 여러 행위들과 위증을 교사한 배후를 철저히 가려야 한다. 그래야만 고급옷이 로비성으로 오갔느냐, 아니냐 하는 진상규명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