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인 북]'한국의 마구(馬具)'

  • 입력 1999년 11월 12일 18시 29분


▼'한국의 마구(馬具)' 이난영 김두철 지음/마사박물관▼

고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말은 중요한 교통 수단이자 국방력의 근간이었다. 따라서 힘이 넘치고 빠른 말을 키우고 관리하는 것은 국가의 중요한 일이었다. 조선시대엔 중국이 우리 말을 탐내 중국에 말을 공물로 바치기도 했을 정도였다.

말을 부리려면 마구(馬具)가 필요하다. 말과 마구는 역사 연구에 있어 중요한 사료다. 마구엔 재갈 안장 발걸이를 비롯, 말을 보호하거나 장식하기 위한 다양한 도구와 기타 장식물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그동안 마구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는 미진했다. 주로 개별적인 논문 수준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나온 ‘한국의 마구’는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마구를 집중적으로 고찰한 최초의 단행본 연구서라는 점, 남들이 별 관심을 갖지 않는 분야를 파고든 외곬의 산물이라는 점이 그렇다. 이 책은 삼한 삼국시대의 마구를 연구 대상으로 삼고 있다. ‘삼국사기’와 같은 문헌자료, 고분벽화, 관련 출토 유물 등을 통해 마구의 개요, 시대별 특성과 변천, 금속 공예품으로서의 마구의 가치와 의미 등을 고찰했다.

이 책에 따르면, 고구려 때엔 도금 기술이 두드러진 마구가 많았다. 철을 생산했던 가야는 철로 만든 전투용 마구가 많이 등장한다. 반면 신라의 마구는 호화롭다. 마구는 실용적인 것만은 아니다. 신분 과시용인 경우도 적지 않았다. 신분이 높을수록 금을 이용해 화려한 마구를 만들어 사용했다. 고분에서 발굴되는 마구들도 대부분 실제로 사용했던 것이 아니라 부장용이었다.

신분과시용 부장용으로 많이 사용됐다는 점은 예술적으로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마구는 한국 금속공예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책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그 대상시기가 삼한 삼국시대에 국한되었고 총체적인 흐름보다는 마구 각각에 대한 개별적인 연구에 치중했기 때문이다. 부분에 대한 연구인 탓에 전체적인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은 이 자체만으로도 한국의 마구 연구에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이다. 앞으로는 고려 조선시대까지 확장해 한국 마구의 전체 흐름을 조감하고 미술사적 의미를 고찰한 연구가 나오길 기대한다. 비매품. 02―509―1283, 4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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