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파헤치고 덮고 교통 막는 공사현장

  • 입력 1999년 10월 21일 19시 11분


최근 서울시내 주요 도로 곳곳에서 각종 공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돼 교통체증을 부채질하고 있다. 지하철 상수도 전기 통신 설비공사 등이 밤낮없이 진행되면서 교통 흐름의 맥이 끊기고 있는 것.

이는 지하철 6,7호선 등 2기 지하철 공사가 강남북 지역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데다 IMF한파로 미뤄졌던 각종 공사가 거의 동시에 재개됐기 때문이다.

▼현황

20일 오후 5시경 서울지하철 7호선 공사가 진행중인 강남구 논현동 학동로.도로 한가운데와 양옆에는 크레인 등 각종 공사장비가 널려 있고 이 때문에 편도 4차로 가운데 2개 차로만 차량통행이 허용되고 있었다. 그나마 곳곳에서 차로가 변경돼 운전자들은 곡예를 하듯 구불구불한 길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때마침 이곳을 지나던 회사원 이명석씨(32·강남구 대치동)는 “대형 크레인이 움직이면서 그렇잖아도 거북처럼 움직이던 차량 행렬이 10분 이상 꼼짝을 못했다”며 “한동안 출퇴근길에 공사장 서너곳을 지나다 보니 이제는 ‘공사중’이라는 팻말만 봐도 화가 치민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시내의 폭 20m이상 도로 중 한달 이상 차량통행이 부분 또는 전면 통제되고 있는 곳이 70여군데나 된다. 여기에 공사기간 1개월 이내의 소규모 공사와 각 자치구에서 관리하는 도로의 보수공사까지 합치면 서울시내 도로 공사는 하루 평균 200건에 이른다. 서울시 전체가 ‘대형공사장’인 셈이다.

특히 한강다리 가운데 한남 성수 마포 잠실대교 등의 확장 또는 보수공사가 길게는 3년째 계속되면서 진출입램프와 연결도로 곳곳이 통제되고 있다. 이 때문에 출퇴근 시간대 강남북 연결도로는 물론 한강변을 따라 동서를 가로지르는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가 하루종일 몸살을 앓고 있다.

▼원인과 대책

올들어 서울시내의 폭 20m이상 도로에서 10일 이상 진행된 공사는 월평균 35건. 지난해는 31건이었다. 여기에 각 구청과 사업소가 IMF 한파로 유보했던 각종 소규모 공사를 재개하면서 도로 굴착공사가 지난해보다 훨씬 늘어났다.

서울시 건설안전관리본부 관계자는 “IMF 관리체제에 따른 예산삭감으로 지난해 도로보수 공사 등을 미뤘다가 올들어 공사를 재개하는 바람에 공사건수 자체가 늘어났다”며 “가급적 야간에 공사를 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안전사고와 부실공사 우려 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낮에 공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녹색교통운동 민만기(閔萬基)사무처장은 “현재 교통심의위원회 등이 있긴 하지만 먼저 공사결정을 내린 후 통과절차로 심의를 하다보니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모든 공사의 시기와 장소 등을 사전에 조율해 교통 정체 등 사회적 비용부담을 최소화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경달·이명건기자〉d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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