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최규철/왜 ‘잊어버린 전쟁’인가

  • 입력 1999년 10월 19일 20시 09분


미국에서는 한국전쟁을 흔히들 ‘잊어버린 전쟁’(Forgotten War)이라고 부른다. 3년 동안 3만7000여명의 미국 젊은이들이 희생된 전쟁인데도 왜 잊어버린 전쟁이라 하는지 모를 일이다. 미국인들의 뇌리(腦裏)에서 지워지면서 관심도 없어졌다는 뜻인가.

▼협상나선것 아니다▼

지난달 30일 AP통신이 띄운 장문의 기사는 사라져 가는 미국의 관심을 되돌렸다. ‘미군병사들 한국전쟁 때 미국의 학살을 증언하다.’ 1950년 7월 26일에서 29일 사이 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에서 일어난 미군의 한국피란민 학살사건 특종기사다.

49년이란 오랜 세월이 흐른 후 시작된 노근리사건 조사는 솔직히 말해서 미국정부에는 내키지않는 귀찮은 일이다. 지금까지 미국은 “입증할 만한 자료가 없다”는 이유를 내세워 오랜 세월 피해자와 유족들의 소리를 외면해 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한국정부도 ‘미국이 꿈쩍도 않는데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는 식의 늘어진 자세로 피해자들의 주장을 묵살해 또다른 고통을 주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런데다가 조사 전부터 미국측은 ‘합동조사’란 표현에 껄끄러워 하는 자세를 보였다. 미국측의 진심은 아니겠지만 ‘처음부터 몰려서는 안된다’라는 의식이 깔려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래서는 안되는데…’라는 것이 많은 한국인들의 솔직한 감정이다.

여기에서 양측 모두 분명히 해야 할 점이 있다. 이는 양측에 대한 주문이기도 하다. 이번 조사의 주요 목적은 사건전모의 규명이다. 왜, 누구의 명령에 의해서,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는지가 밝혀져야 할 대목들이다. 지난 49년동안의괴로움을털어놓은 미군병사들의 증언은 이번 조사가사실여부를따지는단계는 분명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지금 미국측은 협상하러 나선 것이 아니다. 시장개방조건을 따지고 묻는 한미무역협상자리가 아니라는 뜻이다. 무고하게 희생된 한국민들의 아픔을 치유(治癒)한다는 도덕적 기준을 기본입장으로 삼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온당한 일이다. 이 사건이 대단히 민감하고 인화성(引火性)이 강하다는 점에서도 더 그렇다. 그런 자세만이 앞으로 조사에서 최종 결론에 이르기까지 한미간에 일어날 수도 있는 갖가지 마찰을 줄일 수 있다.

조사기간 동안 미국은 싫든 좋든 자화상(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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