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룡의 환상세계]신세대 만화가들 한컷한컷 정성

  • 입력 1999년 10월 18일 19시 55분


성공한 애니메이션 게임과 영화 중에는 출판만화에서 출발한 것이 많다. 출판만화는 대중문화의 밑거름이라고 할 만큼 중요하다. 그 만화의 제작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의 하나가 스크린톤을 바르는 작업이다.

스크린톤은 작은 점들이 균일하게 촘촘히 박힌 투명하고 얇은 플라스틱 필름을 말하는데 주로 색깔을 구분하는데 사용된다. 점들의 밀도가 높으면 진한 색깔로 보이고, 밀도가 낮으면 연한 색깔로 보인다.

먹물 펜으로 빗금을 그려 넣는 방법도 있지만, 아무래도 다양한 표현이 힘들다. 요즘은 스크린톤을 쓰지 않으면 만화로 보이지 않을 정도가 돼 버렸다.

스크린톤의 정말 중요한 역할은 명암처리다. 얼굴이나 배경에 스크린톤을 적정히 바르면 영화처럼 조명 효과가 있다. 스크린톤을 잘 사용한 만화는 흑백 예술사진처럼 멋있어 보인다.

우리 나라에서 스크린톤이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들어서. 일본 만화가 우리 만화잡지에 연재되면서 영향받은 것이다. 신세대 작가일수록 스크린톤을 많이 사용했기에 스크린톤의 사용이 신구세대 작가를 나누는 기준이 되기도 했다.

물론 펜작업을 고수하는 작가도 있다. 예전의 대본소 만화처럼 제작비 절감 차원에서 스크린톤 작업을 생략하는 경우도 있다. 스크린톤은 비싸기 때문이다. 웬만큼 사용해도 원고지 한 장에 6000원 정도 들고 많이 쓰면 원고료 전부를 스크린톤 비용으로 쓰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도 스크린톤을 사용하는 것은, 그림 한 컷 한 컷을 소중히 생각하고 최고의 완성도를 추구하는 작가정신 때문일 것이다.

이제 만화는 빌려보는 것이 아니라 사보는 것으로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작가가 살고 작가정신이 산다.〈신세대문화 평론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