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Health]'밥투정 아이'혼냈다간 거부감만

  • 입력 1999년 10월 7일 18시 41분


“그릇을 다 비워야지! 굶는 애들도 있어.”

“브로콜리 안 먹으면 오늘밤에는 디저트 없어.”

“그냥 한 번 맛만 봐. 한 입만.”

“밥 다 먹을 때까지 나가 놀지 못할 줄 알아.”

이것은 부모들이 아이가 싫어하는 음식을 먹이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말들이다. 그러나 어린이 영양 전문가인 수잔 로버츠 박사는 이런 말들이 문제의 음식을 먹고 싶다는 의욕을 일으키기보다는 오히려 혐오감을 더해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강요땐 거부감 더해

로버츠 박사는 캘리포니아대학의 소아과 교수인 멜빈 헤이만 박사, 작가인 리사 트레이시 등과 함께 최근 ‘아이의 평생 건강을 위한 음식 먹이기’라는 책을 펴내 건강에 좋은 음식을 아이들에게 먹이기 위한 몇 가지 전략을 제안하고 있다. 이 책에는 또 6세까지의 어린이들을 위한 식단과 요리법, 칼로리 필요량 등이 제시되어 있다.

아이들은 부모가 강요하는 음식에 대해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낀다. 따라서 로버츠 박사 등은 음식을 먹이기 위해 아이를 윽박지르거나 선물을 주겠다고 약속해서는 안된다면서 “‘시금치를 다 먹어야 아이스크림을 주겠다’고 말하는 것은 디저트는 좋은 것이고 시금치는 귀찮은 것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부모가 먼저 먹어야

대신 아이에게 샐러드 등 다른 음식을 권하거나, “난 콩을 좋아하는데 네가 콩을 먹지 않아서 잘됐구나”라고 말하면서 부모가 콩을 먹어버리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제안하다. 강요받는 것을 싫어하는 아이의 심리를 역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로버츠 박사와 헤이만 박사는 또한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으라고 자꾸 압박을 하면 아이들은 오히려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에 더 끌리게 된다”면서 아이가 싫어하는 음식을 1∼2주 간격으로 식탁에 올리되 정 싫으면 먹지 않아도 된다는 뜻을 아이에게 밝히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같은 맥락에서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을 무조건 금지하는 것도 역효과를 낼 뿐이다.

1세에서 2세 사이의 어린이들은 손에 잡히는 물건을 모두 입에 집어넣는 버릇을 갖고 있다. 로버츠 박사 등에 의하면 이 때가 바로 여러 종류의 야채와 과일 생선 등을 아이들에게 처음 먹일 좋은 기회다. 이 때 일단 여러 가지 음식의 맛을 보게 되면 아이들은 나중에도 이 음식들을 자주 먹게 된다.

그런데 어렸을 때 다양한 음식을 먹은 아이들도 2세 직후부터 갑자기 음식에 대해 고집을 부리는 경우가 있다. 어떤 아이들은 흰 빵에 땅콩버터와 잼을 바른 것만 매일 먹겠다고 고집을 부려 부모로 하여금 아이가 아예 흰 빵으로 변해버리는 것이 아닌지 걱정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로버츠 박사는 이런 경우 아이들이 다른 음식에 단계적으로 익숙해지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유아때 여러것 맛보게

예를 들어 잼대신 잘게 자른 바나나를 빵에 얹어 주거나 빵 한 조각을 흰 빵 대신 다른 종류의 빵으로 바꿔주는 식으로 조금씩 새로운 음식을 맛보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과일과 야채를 좋아하도록 아이에게 버릇을 들이는 것은 아이의 평생 건강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과일과 야채가 몸에 좋다고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내므로 먼저 아이에게 권하고 싶은 음식을 부모가 아주 즐겁게 먹는 광경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 이 때 아이에게 먹어 보라고 강권을 해서는 안 된다.

또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에 아이를 참여시키는 것이 좋다. 샐러드에 방울토마토를 섞거나, 상추를 자르는 등 음식준비를 도운 아이들은 그 음식을 먹고 싶어하는 경우가 아주 많다.

◇함께 식사준비도 좋아

그리고 어른과 아이에게 다른 음식을 따로 만들어주는 것은 피해야 한다. 물론 너무 강렬한 양념이 들어가는 음식이라면 아이의 그릇에만 양념이 덜들어간 부분을 담아줄 수는 있다.

로버츠 박사는 아이에게 음식을 먹이기 위해 음식에 예쁜 치장을 하는 등 잔꾀를 쓰는 것에 반대하는 편이다. 그러나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음식에 장식을 하는 것은 아이들의 식욕을 돋우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

(http://www.nytimes.com/library/national/science/health/100599hth―brody.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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