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Science]지진 '지구 파수꾼' 역할도

  • 입력 1999년 9월 30일 19시 42분


터키 그리스 대만에서 잇따라 일어난 대지진은 과연 세계 종말의 전조인가. 과학자들은 아니라고 대답한다. 지구 전체를 놓고 볼 때 올해의 지진 횟수는 오히려 평균 이하이나 수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낸 것은 순전히 인구가 많은 도시에 강한 지진이 일어난 우연의 소산이라는 것이다. 학자들은 인구가 늘어나면서 지진 다발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숫자도 늘어났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번과 같은 지진피해가 많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하고 있다.

★생명체에 큰 혜택

20세기에 들어서 지진으로 사망한 사람은 100만명에 이른다. 그런데 학자들은 21세기가 되면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의 숫자는 이보다 10배나 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에 지진을 대비한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단 한 번의 지진으로 100만 명의 사망자가 나올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콜로라도 대학의 로저 빌햄 박사는 21세기에 세 군데의 ‘거대도시’에서 지진이 일어나 약300만명의 사람이 죽게될 가능성도 있다고 예측했다. 그리고 그는 이처럼 엄청난 재앙이 일어난 후에야 사람들은 진지하게 지진 대비책 마련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98년에 출간된 ‘지구의 이해’의 저자인 프랭크 프레스는 경제적 중요성이나 과거의 지진 기록들을 감안하다면 도쿄를 가장 위험한 곳으로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1923년 도쿄에서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의 사망자 숫자는 14만3000명이었다. 그러나 지금 도쿄의 인구는 1000만 명이 넘기 때문에 이곳에 대지진이 일어날 경우 ‘세계 경제 전체가 피해를 보게’될 것이고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 경제적으로 후퇴하게 되리라는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사람들을 불안에 떨게 하는 지진과 화산 등 지구의 지각활동 덕분에 생명체가 지구상에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학자들은 지질활동 덕분에 지구에 바다와 대기, 그리고 대륙과 비옥한 흙이 생겨날 수 있었다면서 지진의 위험보다 지진의 혜택이 전반적으로 훨씬 더 크다고 말한다. 프레스 박사는 “지질 활동이 없는 행성은 죽은 행성”이라고 말했다.

지구의 지질활동을 일으키는 범인은 지구 내부에서 서서히 방출되고 있는 뜨거운 열이다. 태양계의 행성들은 수십억년 전에 바위조각들이 서로 부딪혀 형성된 것이다. 이 때 발생한 열이 아직도 행성 내부에 남아 있다. 또 우라늄 포타슘 토륨 같은 방사성 원소들이 붕괴할 때도 열이 발생한다. 이 열이 바위를 녹혀 화산 폭발을 일으키고 거대한 지판을 서로 충돌시켜 지진을 일으키는 것이다.

★21C엔 피해 더 늘듯

그렇다면 태양계의 다른 행성에서도 지진이 일어나고 있을까? 아폴로 호의 우주비행사들은 달이 지질학적으로 죽어 있음을 발견했다. 달의 크기로 보아, 내부의 열이 이미 오래 전에 우주 공간으로 방출되었다고 판단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목성의 위성들과 화성은 지진의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꼽히고 있다.

지구에서는 거대한 지판들이 손톱이 자라는 것과 같은 속도로 움직이면서 서로 충돌하거나 떨어져나가는 과정에서 대륙과 해안선이 생겨났다. 따라서 지판과 지판의 경계선 상에 있는 지역은 지진 발생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번에 지진이 일어난 대만은 필리핀 지판과 유라시아 지판의 경계선 근처에 위치하고 있다.

또 빌햄 박사에 따르면, 인구 800만명 이상의 거대 도시 27개중 3분의 1 이상이 지판의 경계선 근처에 자리잡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도쿄 타이베이 아테네 이스탄불 테헤란 이슬라마바드 콜카타 자카르타 마닐라 등은 모두 위험지역에 자리잡고 있는 도시들이다.

★지판 경계지역 위험

그러나 지진으로 인한 피해는 예방할 수 있다. 터키와 대만은 캘리포니아와 마찬가지로 내진 설계를 강조하는 건축 규정을 갖고 있다. 그런데 터키에서는 이 법이 잘 지켜지지 않았다.

그 결과 터키에서는 1만5000명의 사람들이 지진으로 목숨을 잃었으며 심한 경우 사망자 숫자가 이보다 두 배로 늘어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빌햄 박사는 “사람을 죽이는 것은 지진 자체가 아니라 건물들”이라면서 “도시에서 지진이 일어나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지진에 견딜 수 있는 건물을 지으면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library/national/science/092899sci-environ-quak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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