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기업 출생과 성장]DELL컴퓨터…PC직판체제 돌입

  • 입력 1999년 8월 26일 19시 07분


델컴퓨터는 직접판매를 고집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고객의 주문에 따라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직접판매와 주문제작의 전통은 델컴퓨터의 설립자 마이클 델 회장의 어린 시절부터 싹트기 시작했다.

1983년 미국 텍사스주립대에 입학한 델은 PC구조에 관심이 아주 많은 학생이었다. 고교 시절 생전 처음으로 애플컴퓨터를 구입한 뒤 가장 먼저 한 일이 분해작업이었을 정도. 또 열두살 때 통신판매로 우표를 팔아 2000달러를 버는 등 어릴 적부터 직접판매에 남다른 소질을 보이기도 했다.

델은 지역 컴퓨터판매상으로부터 재고PC를 원가에 넘겨받아 이를 업그레이드한 뒤 대학생들에게 전화로 판매했는데 싼 가격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사업가능성을 확인한 그는 창업을 결심하고 84년 대학을 자퇴한다.

창업자금은 단돈 1000달러가 전부. ‘델 컴퓨터’를 창업한 델은 직접판매 방식을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필요한 양 만큼만 생산해 팔기 때문에 재고 부담이 없었다. 잇따른 성공으로 자신감을 얻자 87년 영국에 지사를 설립하는 등 사업규모를 빠른 속도로 키워나갔다.

그러나 89년 사업확장을 염두에 두고 미리 사들인 메모리칩이 쓸모없게 되면서 과잉 재고로 뜻하지 않은 위기에 부딪혔다.

하지만 제조라인 전체를 당시 최고성능인 인텔 486 프로세서로 전환하는 등 과감한 투자로 곧 위기를 극복하고 92년 127%의 고속 성장을 기록한다.

시련은 또다시 다가왔다. 덩치는 커졌으나 내실이 다져지지 않았던 것. 이에 따라 93년부터 노트북PC사업 철수를 비롯한 구조조정을 통해 거품을 제거하는 작업을 벌였다. 이후 90년 초반부터 시도한 전자상거래가 96년경 대중화되면서 다시 성장일로를 걷고 있다.

델의 지난해 매출액은 182억달러. 이 회사는 웹상에서 이뤄지는 주문―제작―판매만으로 매일 1400만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 인터넷을 가장 잘 활용하는 기업으로 통한다.

현재는 전세계 33개국에 2만4000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다국적기업으로 성장했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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