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삼성 김기태, 트레이드說 발끈 11타점 5홈런

  • 입력 1999년 8월 23일 18시 50분


“기태야, 올해 우리팀 선수가 됐는데 또다시 너를 트레이드 하겠니? 다른 걱정말고 야구에만 신경써라.”

지난달말 일부 언론에 삼성 김기태와 LG 김동수의 1대1 트레이드가 보도된 뒤 삼성 서정환감독은 ‘김기태 달래기’에 한참동안 애를 먹었다.

그 어떤 선수라도 자신과 관련된 트레이드 얘기가 흘러나오면 신경쓰이게 마련.

미국이나 일본 프로야구에선 트레이드를 하나의 ‘비즈니스’로 인정하는 풍토가 조성되어 있지만 국내에선 선수들이 ‘팀이 나를 버리는구나’하는 생각을 갖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트레이드 물망에 올랐던 김기태 역시 마음을 가다듬기 힘들었다.

삼성이 해태로 보낸 양준혁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쌍방울에서 급히 현금트레이드해 온 국내 최고의 왼손거포. 하지만 전반기까지 타율 2할6푼대의 빈약한 타격성적으로 주위를 실망시켰다.

포지션 역시 이승엽과 겹치는 1루수라 마땅한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 어떤 때는 지명타자를 했다가 그 다음날엔 글러브를 들고 외야로 뛰어나가기도 했다.

그런 상태에서 트레이드설이 터져 나오니 김기태의 자존심이 상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

오기가 발동했을까.

8월이 되자 김기태의 방망이는 달라졌다.

타순은 6번으로 처져 있지만 팀이 꼭 필요할 때마다 한방씩 터뜨려주며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

22일 잠실 두산전에선 연장 12회초 무사 1루에서 중전안타로 찬스를 연결시키며 결승점의 징검다리를 놓았다. 8월들어 타율 0.344에 11타점 5홈런.

김기태의 분발은 중심타자 이승엽의 슬럼프로 고심하고 있는 매직리그 1위 삼성에 커다란 힘이 되고 있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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