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차흥봉/'기초생활보장제도'를 말한다

  • 입력 1999년 8월 19일 19시 11분


새 천년이 시작되는 2000년부터 국민기초생활보장 제도가 실시된다. 이 제도는 모든 가난한 국민에게 생계 의료 교육 주거 등 최저생활을 보장하는 것이다. 국민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가난을 나라가 구제하려는 뜻을 담고 있다. 한국 사회보장 역사에 커다란 획을 긋는 일이다.

20세기 후반까지 한국인은 대부분 어렵게 살았다. 빈곤과 질병의 악순환 속에서 많은 국민이 가난하게 살다보니 국가에 의한 생활보호사업은 그 대상이나 급여수준 면에서 늘 부족했다. 70년대까지만 해도 1인 1일 밀가루 한홉 지원이 고작이었다.

현행 생활보호제도는 연령기준, 근무능력 유무, 소득 및 재산요건등으로 대상자를 선정해 보호를 필요로 하는 많은 대상자를 사각지대에 남겨두고 있다. 새 제도는 ‘욕구와 필요’의 원칙에 따라 빈곤한 상태에 있는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 새 제도는 ‘소득인정액’을 기준으로 대상자를 정하고 최저생계비에서 자신의 소득인정액을 뺀 나머지를 국가가 지원한다. 최저생계비 수준의 생활을 보장한다는 뜻이다.

이제까지 최저생계비에 미달해도 노인이나 미성년자가 아니면 생계비를 지원받을 수 없었다. 그러나 새 제도는 연령에 상관없이 최저생계비에 미달하는 사람은 급여를 신청할 수 있다. 이제가지 소득이 전혀 없어도 약 3천만원짜리 집만 있으면 생계보호 대상에서 제외됐다. 앞으로는 재산까지 고려해서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하면 보호대상이 될 수 있다.

또 급여를 신청한 대상자의 소득 및 재산을 보다 과학적으로 조사하는 합리적 자산조사가 실시된다. 이 자산조사는 모든 사회정책의 기본이 되는 것으로 공공부조 뿐만 아니라 경로연금, 장애인 수당, 아동 보육료 등 저소득층에 대한 각종 지원제도에 활용될 수 있다.

빈부의 격차는 모든 사회에 존재한다. 이 빈부격차를 그대로 방치하면 사회적 갈등이 커지게 된다. 그래서 모든 현대 복지국가가 빈곤한 자를 도와주는 사회안전망을 마련해놓고 있다. 이번에 만들어진 국민기초생활제도는 이러한 사회안전망의 기본틀이 되는 것이요, 더불어 사는 공동체 사회를 만드는 기초가 되는 것이다.

선진국의 경험에서 보면 빈곤한 자를 도와주는 사회정책은 근로의욕의 상실을 유발하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정부에서는 이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만들면서 이러한 선진국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생산적 복지’의 원리를 크게 반영했다. 생산적 복지란 스스로의 능력을 개발하여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복지정책을 말한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근로와 연계해 급여를 제공함으로써 국가의 도움에 안주하는 ‘빈곤과 나태의 함정’을 예방한다. 자립자활 노력을 조건으로 지원한다. 특히 근로소득의 일부를 공제해 근로활동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든지 하는 방식이다.

이 제도는 공공부조이기 때문에 전체 재원을 정부재정으로 해결해야 한다.그리고 제도실시의 강도에 따라 재정소요가 크게 증폭될 수 있다. 따라서 국민복지를 충족시켜주기 위한 필요성과 국가자원의 한계성을 적절한 수준에서 조화시켜 나가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정책적 수단이 없이면 실천할 수 없기 대문이다.

새로운 2000년대를 준비하는 해에 마련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가난하게 사는 모든 국민을 끌어안음으로써 더불어 잘사는 복지국가의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차흥봉(보건복지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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