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고정운 『50-50클럽 눈앞…멈추지 않는다』

  • 입력 1999년 8월 8일 18시 26분


6일 울산 현대와의 99아디다스컵 8강전을 승부차기 끝에 이긴 포항 스틸러스 박성화감독은 “고정운이 전반에 허리를 삐끗한 뒤 교체되자 경기 양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가 빠지자 다른 선수들이 갈피를 못 잡고 허둥댔다”고 말했다.

33세의 노장 고정운이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정규리그 꼴찌였던 우리 팀이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도 고정운과 주장 박태하의 투혼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박감독의 말처럼 고정운은 이날 젊은 선수들도 무더위에 제대로 뛰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라운드를 줄기차게 누볐다.

결국 뛰다 허리를 다쳐 실려나왔지만 박감독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8일 수원 삼성과의 준결승 출장을 자원했다.

고정운의 적극성을 알 수 있는 또 다른 일화.

한때 ‘아시아의 삼손’이라고 불린 김주성(부산 대우)은 체력이 달려 포워드에서 미드필더, 스위퍼로 포지션을 바꿨다.

이를 지켜본 고정운은 “나는 그렇게 선수생활을 연장하고 싶지 않다. 끝까지 포워드로 뛰다 발이 안 움직이면 은퇴하겠다”고 말했다.

고정운은 지난해 11월 왼쪽 무릎뼈와 인대를 이어주는 근육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한 뒤 7개월만인 6월27일 안양 LG전에서 그라운드에 복귀했다.

고정운이 이렇게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이유는 눈앞에 온 ‘50(골)―50(도움) 클럽’ 때문.

올해 4골 2어시스트를 보태 7일 현재 ‘50―46’. 이제 어시스트 4개만 더하면 울산 김현석(95골―44도움)을 제치고 국내 프로축구에 새 이정표를 세우게 된다.

부상에 시달리며 일이 꼬이고 있지만 아무도 고정운을 멈추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김호성기자〉ks10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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