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대해부]폭락기 교체매매비율

  • 입력 1999년 8월 4일 19시 41분


펀드매니저들에게 지난달 16∼23일은 악몽의 한 주였다.

16일 1020.82까지 올랐던 종합주가지수가 23일에는 904.96을 기록, 일주일새 115.86포인트(11.35%)가 폭락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펀드들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주가 폭락시에 펀드들의 운용전략은 제각각이었고 한주간 펀드기준가의 등락률도 플러스 0.1%에서 마이너스 12%대까지 다양했다.

동아―LG펀드워치팀은 폭락기를 즈음해 44개 성장형 펀드들이 주식을 얼마나 사들이고 팔았는지 교체매매(턴오버)비율을 추정해봤다.

교체매매비율이란 전체운용자산 중에서 사거나 판 자산의 비율. 500억원 규모 펀드의 일평균 턴오버비율이 1%라면 하루에 5억원어치를 매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분석대상 펀드는 전체운용규모 1조원 이상 운용회사의 규모 400억원 이상의 20개 성장형 뮤추얼펀드와 24개 수익증권이었다.

▼폭락전 주식 판 펀드들▼

폭락에 즈음해 주식을 서둘러 매도한 펀드들은 수익률방어에 성공했다.

동양오리온투신의 비너스주식1호는 지수가 11.5%가 빠지는 동안 기준가가 오히려 0.1% 상승했다. 이 펀드의 폭락기중 일평균 턴오버비율은 3.0%에 달해 상당히 큰 폭으로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 펀드를 운용하는 김영수(金榮洙)주식운용1팀장은 “80%수준이었던 주식편입비율을 폭락을 전후해 20%수준까지 줄인 것이 주효했다”며 “게다가 팔지 않고 남겨둔 중소형주의 값은 오히려 올랐고 주가지수선물을 매도한 것에서도 이득을 봐 오히려 수익률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미래에셋투자자문의 박현주1∼5호와 드림펀드1호 등은 폭락기의 일평균 턴오버비율이 2.1∼3.3%로 추정돼 전체 성장형펀드의 평균치인 1.58%를 크게 웃돌았다. 그 결과 지수의 폭락에도 불구하고 펀드수익률은 3∼5%정도 낮아지는데 그쳤다.

▼가랑비는 맞고 간다▼

폭락기를 즈음해서도 주식매매를 활발히 하지 않아 턴오버비율이 낮은 펀드들은 현대투신 대한투신 한국투신 등 이른바 3투신의 수익증권 상품이 많았다.

한국투신의 파워코리아MVP주식2호는 운용기간중 평균 턴오버비율이 1.1%였으나 폭락기에는 0.8%로 오히려 낮아졌다. 현대투신의 바이코리아 나폴레옹―1호 역시 전체 운용기간 평균 2.0%에서 폭락기에는 1.7%로 낮아졌다. 이들 펀드들은 폭락기 기준가 하락폭이 7∼10%로 다소 컸지만 지수하락률보다는 작았다.

현대투신 최대문(崔大文)운용담당이사는 “대세관이 흔들리지 않는 한 가랑비는 맞고 간다는 것이 바이코리아의 운용철학”이라며 “엔화강세 및 디지틀테마주 등 하락장에서도 상승세를 유지했던 종목들을 많이 편입해뒀기 때문에 잦은 교체매매 없이도 안정적인 운용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저점매수의 기회로 활용: 폭락기 턴오버비율이 높았으나 펀드수익률 하락폭이 컸던 펀드들은 폭락을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로 파악하고 주식을 오히려 매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투신의 플래티넘2호와 신한투신의 호크아이스가 대표적인 케이스. 플래티넘2호의 운용기간중 일평균 턴오버비율은 2.0%. 폭락기에는 2.3%로 높아졌다. 신한투신은 1.3%에서 2.3%로 높아진 것으로 추정됐다. 그 결과 플래티넘 2호는 기준가가 10.8%, 호크아이스는 7.9%가 하락했다.

서울투신 관계자는 “다른 운용사들은 일정한 수익을 올린뒤 주식편입비율을 낮춰 수익률을 고정하려했지만 플래티넘은 장이 더 간다고 봤다”며 “당장은 하락률이 컸지만 다시 상승장에 들어서면 다른 펀드들보다 월등한 수익률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재기자〉y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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