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기업 출생과 성장/지방시]귀족들 사랑 독차지

  • 입력 1999년 7월 29일 18시 38분


1945년 프랑스의 정통 귀족 가문 출신인 위베르 드 지방시는 가문으로부터 ‘제명’당하는 위기를 맞는다.

45년은 그가 패션업계에 입문한 해. ‘제명’의 이유는 귀족의 품위에 걸맞지 않는 패션 디자이너 생활에 발을 들여놓았다는 것. 그러나 지방시는 가문의 이같은 냉담한 반응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패션 업계의 반향이 실로 대단했기 때문.

그가 만들어내는 옷에는 ‘독창적이면서 격조있는 매력’‘깨끗한 라인과 최고급 원단의 절묘한 조화’같은 극찬이 따라다녔다. 자연히 그의 ‘작품’은 각국의 부호와 귀족, 연예계 스타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자신의 이름을 딴 ‘지방시’가 지금은 화장품 회사로도 잘 알려지게 된 데는 영화배우 오드리 헵번과의 남다른 인연이 계기가 됐다.

패션에만 전념하던 시절 지방시는 53년 헵번이 출연한 영화 ‘사브리나’의 의상을 전담하게 되면서 그녀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티파니에서 아침을’‘마이페어 레이디’ 등 그녀의 모든 영화 의상을 맡을 정도로 지방시는 헵번과 돈독한 우정을 나눴다. 한때 전세계적으로 유행했던 ‘헵번 룩’을 만든 주인공도 지방시였다. 헵번에 대한 우정이 지나칠 정도였던 지방시는 급기야는 57년 헵번만을 위한 향수 ‘랑떼르디(L’INTERDIT)’를 만들어내기에 이른다.

‘지방시’의 화장품 계열사는 이 ‘랑떼르디’향수에서 비롯됐다. 단 하나의 향수로 시작한 화장품 회사는 89년 ‘메이크업’ 분야와 ‘스킨케어’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규모가 커졌고 91년 출시한 여성 향수 ‘아마리지(AMARIGE)’의 전세계적인 히트로 지방시는 화장품 업계에서 확고한 위치를 점하게 됐다.

사랑은 그 무엇보다도 큰 위력을 발휘한다는 말이 지방시의 경우에 딱 들어맞는 말이 아닐까.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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