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창원 헌책방 「집현전」 주인 석진국씨

  • 입력 1999년 7월 20일 18시 41분


“능력과 성실성에 관계없이 어떤 브로커를 고용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결정되는 변호사 생활에 염증을 느꼈습니다.”

경남 밀양의 변호사 사무실을 닫고 이달초 창원에 헌책방 ‘집현전’을 연 석진국(石鎭國·40)씨는 “책을 만지는게 취향에도 맞고 돈버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요즘 석씨는 매일 아침 경남 창원시 중앙동 남선상가 4층의 집현전으로 출근해 2명의 직원과 함께 2000여권에 달하는 헌책을 종류별로 분류하는 일에 매달리고 있다. 집현전을 널리 알리고 헌책을 모으는 것도 중요한 일과다.

석씨는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까지 당시 마산 창원지역 노동조합총연합과 전교조, 학생사건 등을 도맡다시피한 이 지역의 대표적인 ‘노동 인권 변호사’였다. 그러다 번잡한 도시생활이 싫어 93년 11월 사무실을 밀양으로 옮겼다.

“밀양은 수임비리는 거의 없는 지역이었지만 남이 저지른 일을 ‘뒤치다꺼리’한다는 게 왠지 싫었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10월 부터 사건을 수임하지 않고 그동안 해오던 업무를 정리했습니다.”

변호사를 그만두고 무엇을 할까 궁리를거듭하던 석씨는 헌책을 위탁판매하면잘 될 것 같다는 생각이떠오르자즉각 실행에 옮겼다.

집현전은 고객이 맡긴 헌책을 대신 팔아주고 30%의 수수료를 받는다. 판매대금은 책주인에게 온라인으로 보내준다. 130평 크기의 집현전은 휴식공간이 넓어 ‘문화 사랑방’으로도 손색이 없다.

석씨는 78년 서울대 이공계열에 입학했으나 3학년때 중퇴해 군복무를 마친 뒤 82년 고시공부를 시작, 85년 사시 27회에 합격했다.

석씨는 “적성에 맞는 일로 떳떳하게 돈을 벌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창원〓강정훈기자〉manma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