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배인준/고맙다 「선플라」

  • 입력 1999년 7월 15일 19시 12분


그래 갈 데까지 한번 가 봐라. 나라니, 국민이니, 애국이니 실컷 들먹이고 아주 갖고 놀아라. 큰 정치 한다고? 민생 걱정한다고? 그래봐야 오로지 나 살기 위해선 네가 좀 죽어줘야겠다고 허구한 날 서로 물어뜯는 진흙탕 속의 싸움판인 줄 다 안다. 이 땅의 정치를 그렇게 개탄하면서 답답증에 빠져 있는데 전혀 다른 곳에서 뜻밖의 낭보가 날아들었다. 국산 신약(新藥) 1호가 탄생했다는 복음이다. SK케미칼이 10년 연구 끝에 개발을 완료해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최종적으로 시판허가를 받은 항암주사제 ‘선플라’다.

▽“정말 큰일 하셨습니다.” 이 회사 생명과학연구실의 김대기(金大起)실장을 비롯한 개발팀에 엎드려 절하고 싶다. 항암효과가 높으면서도 부작용이 적은 선플라를 암환자들이 가까운 9월부터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고맙지 않을 수 없다.그동안 해외에서많은 신약이 개발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이들 약이 국내에 들어오기까지는 보통 3∼5년이 걸렸다.그러고도 구입이 손쉽지 않다.

▽기약없는 연구에 81억원을 투입하고 기다려준 이 회사 경영진에게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물론 선플라 개발은 ‘황금알’을 낳겠다는 기업의 이윤동기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같은 동기는 목하 우리 정치판의 투쟁동기보다 백배 천배 공익에 부합한다. SK케미칼이 선플라 판매로 돈방석에 앉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는 곧 그만큼 많은 암환자들이 죽음의 공포로부터 해방될 가능성을 뜻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신약 개발에 성공한 나라는 미국 독일 일본 영국 프랑스 등 10여개국에 그친다. 그런 가운데 우리나라가 제약사(史) 100년만에 신약개발국 대열에 합류함으로써 국내 제약계에 자신감을 불어넣고 다른 개발팀에도 자극이 될 것이다. 선플라의 성공을 계기로 신약 개발에 가속이 붙기를 기대한다.

〈배인준 논설위원〉inj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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