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북스]이동현/「던랩의 기업 수술」

  • 입력 1999년 7월 9일 19시 30분


▼「던랩의 기업 수술」앨버트 던랩·밥 안델만 지음/윤재관 옮김/FKI미디어/353쪽/9000원 ▼

학자나 컨설턴트가 아니고 구조조정을 성공시킨 현직 경영자가 책을 썼다는 점이 주목된다. 저자인 던랩은 미국에서도 구조조정 전문가로 유명한 인물이다. 특히 그는 94년 파산 직전의 스코트(Scott)제지회사를 정상화시켜 월가의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던랩은 이 책에서 20년 동안 7개 기업을 회생시킨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구조조정에 관한 14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던랩은 기업의 주인이 이사회 종업원 소비자 그 누구도 아니고 바로 주주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경영자의 유일한 의무가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그들의 투자가치를 높이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같은 맥락에서 던랩은 부실 경영의 책임이 오로지 최고경영진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흔히 성과가 나빠지면 경기 침체, 정부 간섭, 강성 노조 등을 탓하지만 정작 부실의 원인은 최고경영진의 무능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던랩은 스코트 회장 취임과 함께 11명의 최고경영진 중 9명을 해고했으며 중역들의 봉급도 현금 대신 주식으로 지급했다. 물론 던랩 자신도 스코트 주식에 400만달러를 투자했다.

사실 던랩을 해고전문가 또는 뜨내기 경영자로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을 보면 그가 얼마나 탁월한 전략가인지 쉽게 알 수 있다. 던랩은 핵심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비주력사업을 과감히 처분했으며 65%의 종업원을 살리기 위해 35%의 종업원을 해고했다. 또 비용 절감을 위해 본사 건물을 매각하고 자선 기부금을 삭감하면서도 신상품 개발에는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실제 사례와 직설적인 표현 때문에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지만, 특히 지지부진한 구조조정에 안주하고 있는 경영자들은 당장 이 책을 읽어야 할 것 같다.

이동현<가톨릭대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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