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어떡하죠?]나원형/자녀들과 대화하라

  • 입력 1999년 6월 20일 20시 58분


《10대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청소년 문제 전문가들이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도움말을 주는 이 칼럼은 매주 월요일 게재됩니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고 대화의 시간을 가져보세요.》

청소년들에게 물어보면 가정에서 부모, 특히 아버지와 대화가 안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그러나 아버지들은 대부분 자녀들과 어떻게 대화를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서로 대화를 원하는데 뭔가 잘 안된다는 이야기지요.

그럼 아버지를 포함한 어른들이 잘못된 것일까요. 아니면 어른들 생각처럼 청소년들이 철이 없는 것일까요. 인간 세상은 어떤 방식으로든 의사 전달이 잘 돼야 삐걱거리지 않고 돌아갑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언어를 만들었지요. 그렇다고 모든 의사전달이 언어로만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언어학자들은 의사 전달의 약 70% 정도가 비언어(非言語)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서로 대화할 때 한 사람이 팔짱을 끼면 뭔가 반대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든가 반론을 제기할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몸을 앞으로 내밀어 책상에 기대면 상당한 관심이 있다는 무언의 의사전달이지요. 아마 부모의 마음에 안드는 자녀들의 이런 행동이 바로 대화를 원한다는 표시라고 해석하면 맞습니다.

학교에 다녀와 가방을 던진다든가, 밥을 잘 먹지 않는다든가, 부모에게 자주 말대꾸를 한다든가, 학교에서 말썽을 부린다든가, 갑자기 성적이 떨어진다든가, 대부분의 부모들이 이런 경우에 비로소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러나 엄밀하게 보자면 대화가 아니라 꾸중하고 야단치는 것이지요. 아이들은 다른 이유를 말하고 싶었지만 그런 부모의 모습을 보고 결국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게 된다고 합니다.

우리 어른들은 자녀들이 이런 비언어적인 방법으로 의사를 전달할 때 그것을 미처 깨닿지 못하고 지나갈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때를 잘 포착한다면 자녀와 거리가 가까워지는 좋은 기회를 만들게 됩니다.

우리 부모들은 무수한 대화를 나누며 세상을 살아갑니다. 때로는 남의 문제를 솜씨좋게 해결해 주기도 하지요. 아버지들은 오늘도 이곳 저곳에서 “기꺼이 그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하겠다”며 능력을 과시합니다. 그러나 대부분 집으로 돌아오면 입을 다물어버리는 아버지들이 많은 것은 어떤 이유일까요.

오늘은 아버지가 미리 대화를 청해 보지요. 딸에게는 꽃 한송이 사고 아들에게는 요즘 유행하는 음악 CD를 한 장 사들고 집에 가보는 겁니다. 부인 선물은 준비 안해도 됩니다. 그렇게 자녀들과 대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남편의 모습, 바로 그것이 부인에게는 큰 선물이지요. 아이들과 아버지의 웃음이 막 들리는 것 같네요.

나원형<좋은 아버지가 되려는 사람들의 모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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