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캠페인/차선을 지키자]차선-표지판-신호등 不信

  • 입력 1999년 6월 6일 18시 16분


서울 노원구 상계동 집에서 영등포구 여의도 직장까지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 하모씨(36)는 강북구 수유로를 지날 때 날이 조금만 어두워져도 차선을 잘 볼 수가 없다.

가변차로로 운영되는 중앙선에 박힌 표지병은 특히 잘 보이지 않는다. 바퀴에 표지병이 닿으면 비로소 표지병이 있다는 걸 알 뿐이다.

대도시 도로에서 차선은 차로를 구분해서 사고를 방지하고 차량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한 기본적인 도로시설이다.

그러나 도로를 지나다보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차선을 흔히 볼 수 있다. 도색이 제대로 안돼 차선의 시인성(눈에 띄는 정도)이 떨어진 곳도 허다하다.

국내 도로의 차선을 긋는데 사용되는 페인트엔 미세한 유리 알갱이가 포함 돼 있어 차량불빛을 잘 반사하고 있다. 따라서 유리 알갱이가 빠져나가 규정된 밝기가 나지 않을 경우 새로 차선을 그어야 한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서울시내에서 한해 재도색작업을 해야 하는 차선 길이는 2만7천㎞. 그러나 예산부족으로 실제 도색이 이뤄지는 차선 길이는 6천5백㎞로 2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커브길이나 고가차도 등의 중앙선에는 직사각형의 표지병(코너 큐브)을 박아 놓았으나 먼지가 쌓여 차량 불빛을 제대로 반사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내에 1∼5m 간격으로 박힌 표지병은 모두 49만개. 미국 등 선진국엔 표지병을 청소하는 별도의 차량이 있지만 우리는 빗물에 의존하는 게 고작이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안전시설연구실 여운웅(呂運雄)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차선의 밝기에 관한 규정까지 두고 있으나 제 때 차선 도색과 표지병 청소가 안돼 문제”라고 지적했다.

도로의 차선 등 노면표지와 교통표지판이 신호등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도 문제.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에서 차병원으로 이어지는 봉은사로의 경우 신호등이나 노면표지를 보면 차병원사거리까지는 좌회전을 할 수 없도록 돼있다. 그러나 교통안내표지판에는 좌회전 불가 표시가 없어 운전자들이 큰 혼동을 겪는다.

이같이 도로표시가 맞지 않을 경우 운전자들이 급히 차로를 변경하는 수가 많아 접촉사고 가능성이 높다.

차로 변경이 금지된 지하도나 터널을 빠져나간 뒤 여러방향으로 차로가 갈라지는 경우 지하도나 터널 진입 전에 차로의 각 진행방향을 알려주는 표시도 필요하다.

서대문구 서대문사거리에서 서울역 방향으로 향하는 서소문지하차도의 경우 지하차도를 막 벗어난 지점에서 급히 차로를 변경해야 하기 때문에 사고위험이 높다.

지하차도에 진입하기 전 1차로에 시청 남산방향, 2차로에 용산방향 등을 표시해주면 지하도를 벗어나 급히 차선을 바꾸지 않아도 된다는 것.

전문가들은 또한 고속도로에서 도로와 갓길을 구분하는 차선을 울퉁불퉁한 요철로 만들어 운전자가 부주의나 졸음운전 등으로 도로를 벗어날 경우 즉각 이를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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