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한기흥/통일부 금강산관광 무책임

  • 입력 1999년 5월 18일 19시 06분


금강산 관광선 ‘풍악호’의 운항중단 사태에 대처하는 통일부의 태도를 지켜보면 정부가 남북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금강산관광을 너무 무책임하게 다루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떨치기 힘들다.

14일 첫 출항에 나선 풍악호의 북한 장전항 입항이 13시간30분 동안이나 지연된 데 이어 17일에는 아예 동해항에서 출항조차 못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북한과 현대측만을 탓할 뿐 자성(自省)의 기색은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통일부 당국자들은 이번 사태가 발생한 뒤 “현대측이 북한과의 협상과정에서 야기되는 문제점을 제때 정부에 보고하고 대책을 상의하지 않았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북한의 풍악호 입항 거부는 3월말 인도양에서 발생한 현대 듀크호와 북한 만폭호 충돌사건 처리에 대한 불만 때문인데도 현대측이 이 사실을 감추다가 17일에야 뒤늦게 정부에 알려왔다는 것이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애꿎은 관광객들이 영문도 잘 모른 채 ‘볼모’가 되어 버린 상황을 감안하면 정부의 이같은 자세는 너무나 무책임해 보인다.

통일부는 지난달 금강산 관광객들이 군사시설을 촬영하다 간첩혐의로 조사받고 벌금을 문 사례 등이 현대의 홍보교육을 통해 알려졌을 때도 “담배꽁초를 버린 일 등이 문제가 된 것”이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하려 해 빈축을 산 일이 있었다.

누가 주체가 됐든 일반 국민이 다수 참여하는 남북간 사업이라면 통일부는 감독과 행정지도에 소홀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도 금강산관광 개시 이후 ‘잘되면 햇볕정책 덕분, 안되면 북한과 현대 탓’이라는 자세를 보여온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동안 금강산관광을 ‘햇볕정책의 옥동자’라며 최상의 성과로 꼽아 온 통일부로서는 마땅히 옥동자가 잘 성장하는지 돌봐야 하지 않을까.

한기흥<정치부>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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