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밥값」 못하는 억대투수 많다

  • 입력 1999년 5월 12일 19시 09분


「아 옛날이여.」

이름 석자만으로도 타자들을 벌벌 떨게 했던 프로야구 간판투수들이 올시즌 ‘타고투저의 급류’에 휘말려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현대 오른손 정통파 투수 정명원(33)은 1억5천4백만원의 국내 최고액 연봉선수. 그러나 이 역대 최고연봉은 올시즌 1승도 올리지 못한 채 3패로 방어율 5.26에 머물고 있는 그의 성적과 비교하면 낯뜨거워진다.

지난해 에이스 정민태에 이어 막강 현대 마운드의 제2선발로 14승8패의 성적을 거두며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그는 1백50㎞에 이르던 구위가 올들어 뚝 떨어지면서 부진의 늪을 헤매고 있다.

LG로부터 12억원에 현금 트레이드된 임선동과 쌍방울에서 이적한 조규제도 우승후보 현대의 시즌초 부진을 부채질하고 있다.

임선동은 세경기에 나가 1패에 방어율 11.12의 참담한 성적을 남긴 채 2군으로 밀려났다. 연봉 9천8백만원의 조규제는 1승1패 2세이브 방어율 9.45로 ‘새까만’ 후배 김수경에게 마무리 투수 자리를 물려준 채 중간계투로 나가는 처지다.

지난해 50억원을 들여 전력을 보강했던 삼성도 ‘밥값 못하는’ 억대투수들때문에 속을 썩이고 있다.

팀내 최고액 연봉선수 박충식(1억1천5백만원)은 부상으로 올해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하고 있다. 조계현(1억8백만원)은 방어율 9.00, 박동희는 방어율 10.45에 각각 1패만 기록중이다.

이밖에 LG는 김기범이 승패없이 방어율 17.18, 해태는 최고참 김정수가 1승을 올리긴 했지만 방어율 8.59로 제 몫을 못하고 있다.

쌍방울은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에 8천여만원씩 주고 모셔온 용병투수 앤더슨(4패)과 비아노(1패)가 전력에 전혀 보탬이 안돼 짜증을 더하고 있다.

한편 올해는 고졸 억대 신인투수들도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LG 김광삼(2억6천5백만원)은 1승1패에 방어율 10.05, 두산 구자운(2억5천만원)은 승패없이 방어율 10.80, 롯데 김사율(2억3천만원)은 2패 방어율 8.16에 머물고 있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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