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글자없는 그림책엔 상상속 세상이…

  • 입력 1999년 5월 7일 19시 40분


★「여행그림책」안노 미쯔마사 지음 한림출판사★

글자 없는 그림동화책은 아직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유아들만을 위한 것일까. 새로 나온 ‘여행그림책’(한림출판사)의 그림들을 들여다보면 이런 판단은 잘못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세계 각국을 여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행 그림 동화를 써온 일본인 저자 안노 미쯔마사(73)는 어른들도 꼼꼼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발견하지 못할 ‘비밀’들을 그림 곳곳에 숨겨 두었다. ‘비밀’이란 그림 속에 명화나 유명한 동화의 한 장면을 그려넣은 것. 예를 들어 마지막 장인 21쪽에는 밀레의 ‘만종’을,13쪽에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의 한 장면을 보일듯말듯 그렸다. 책과 그림에 대한 상식이 없으면 어른들도 그냥 스쳐 지나가기 쉽다. 그러나 ‘비밀’을 발견하지 못한다 해도 한 편의 이야기로 읽기에는 무리가 없다.

아동교육 전문가들은 글자없는 그림책의 경우 나이에 따라 읽히는 방법이 달라진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3, 4세의 유아부터 초등학교 고학년까지 두루 읽힐 수 있다는 설명.

아직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어린이에게는 그림을 짚어가며 질문을 던지는 것이 좋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기승전결 구조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게 함으로써 상상력 논리력 말하기능력을 키워준다. 초등학교 고학년은 그림을 논제로 주고 글쓰기를 시킬 수 있다.

그러나 주의할 점도 있다. 정태선 활동중심언어교육연구소장은 “아이들이 너무 엉뚱한 이야기를 지어내거나 ‘밥 먹었다’ ‘놀러 갔다’ 등의 단조로운 문장을 반복할 때는 부모가 논리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도록 유도해줘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재 우리나라에 나와있는 글자없는 그림책으로는 ‘눈사람아저씨’(마루벌) ‘트럭’(시공사) ‘글자없는 그림책 1, 2’(사계절) ‘천사와 꼬마병정의 대모험’(한림출판사) 등이 있다.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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