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Op-Ed]또 다른 미국

  • 입력 1999년 4월 11일 20시 46분


미국은 사상 유례없는 경제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다우 존스 지수는 10,000을 넘어섰고 백만장자들도 놀라운 속도로 올라가고 있다. 그러나 이런 경제 호황 속에서도 마치 19세기 후진국 국민처럼 사는 미국사람들이 있다.

애리조나주의 과달루프는 미국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는 마리코파카운티에 속해 있다. 인근 지역에는 1백만달러짜리 집들과 잘 다듬어진 골프장이 수도 없이 들어서 있지만 야키족 인디언과 멕시코계 미국인들이 주로 살고 있는 과달루프는 경제호황이라는 호화로운 잔치에 초대받지 못했다.

이곳에 살고 있는 페레즈 부인의 집은 여기저기서 긁어모은 오래된 문짝, 방수포, 썩은 나무 기둥으로 지어졌다. 아무리 보아도 21세기의 문턱에 선미국의 모습은 아니다.

이 집에는 화장실도 없고 수도도 없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으며 난방시설도 없다. 방바닥에는 낡은 판자가 깔려 있다. 심지어 맨 땅바닥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방도 있다. 화장실이 어디냐고 묻자 페레즈 부인은 길 건너편의 악취나는 건물을 가리켰다.

페레즈 부인은 50대의 상냥한 여성이다. 조사를 위해 방문한 앤드루 쿠오모 주택 및 도시 개발국 사무국장에게 어둡고 지저분한 집안을 보여주면서 그녀는 “집이 좀 지저분해서 죄송하다”며 못내 미안해 했다.

쿠오모는 이처럼 어렵게 사는 미국인들이 아직도 많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려고 노력해왔다. 그는 “경제가 탄탄하고 역사상 가장 많은 잉여물품이 넘치는 지금 이들을 위해 집과 직업을 마련해줄 수 있도록 투자를 해야 한다”면서 “지금이 아니면 언제 하겠는가”라고 물었다.

과달루프처럼 극심한 가난에 시달리는 곳은 미국 전역에 있다. 쿠오모는 인디언 보호구역의 인디언들, 도시 빈민가에 사는 흑인들, 애팔래치아를 비롯한 여러 시골 지역에 사는 백인들, 애리조나와 텍사스에 살고 있는 가난한 남미계 이민들을 예로 들었다.

쿠오모는 “이들에 관한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면서 “이들은 가난하기 때문에 제목소리를 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미국인에게는 과달루프 주민처럼 가난한 사람들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다. 그는 이들이 처한 환경을 “과거에서 날아온 악몽과 같다”고 표현했다.

쿠오모는 미국 전역을 여행하면서 힘없는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힘있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그의 메시지는 사실 그리 반가운 것은 아니다. 경제적으로 완전히 소외될 위험에 빠져있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나라 전체가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페레즈 부인에게 작별인사를 하기 전 쿠오모는 그녀에게 다우 존스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녀의 대답은 이러했다. “다우 존스라고요? 그게 무슨 뜻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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