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Science]文字 누가 제일 먼저 썼는가?

  • 입력 1999년 4월 11일 20시 46분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문자를 사용한 사람은 기원전 3200여년 메소포타미아(현재의 이라크남부)에 살던 수메르인들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수메르인들보다 일찍, 또는 수메르인들과 비슷한 시기에 다른 지역 사람들도 문자를 사용했다는 주장이 대두하고 있다.

과연 누가 언제 무슨 이유로 문자를 사용하기 시작했을까. 최근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열린 한 심포지엄에서 학자들은 이 문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우선 학자들은 무슨 이유로 어떻게 문자가 발명되었는가에 대해 아직 만족스러운 대답이 없다는 사실에 모두 동의했다. 물건을 그림이나 추상적인 상징으로 표현하던 것이 발전하여 문자가 되었다는 주장에 많은 학자들이 동조했다.

그러나 그들의 의견은 가축이나 곡식의 양 등을 기록하기 위해 수메르의 회계원들이 사용했던 다양한 모양의 진흙판에서 문자가 발전해 나왔다는 고고학자들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었다.

학자들은 또 문자가 한 곳에서만 발명되어 다른 곳으로 퍼져나갔는지, 아니면 여러 지역에서 따로 문자가 발명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아직 확실한 답이 없다는 점에 동의했다.

그러나 그들은 수메르보다 이집트에서 먼저 문자가 발명되었다는 드라이어 박사의 주장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대담한 주장”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집트에 있는 독일 고고학 연구소 소장인 드라이어 박사는 카이로에서 남쪽으로 2백50마일 떨어진 곳에 있는 아비도스 무덤군에서 발견된 항아리 뼈 상아에 새겨진 상형문자 중 일부가 기원전 3400년에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발표했다.

고고학자들에 따르면 수메르인들이 처음으로 문자를 발명한 것은 기원전 3200년 또는 3300년 경이다.

한편 옥스퍼드 대학에서 이집트학을 강의하는 존 베인즈 박사는 이집트의 상형문자가 수메르의 설형문자와는 너무나 다른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에 수메르의 문자와는 별도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집트인들이 수메르인들과 접촉하면서 문자를 통해 뜻을 나타낼 수 있다는 사실에 눈을 떴고 이를 계기로 기원전 3200∼3000에 독자적인 문자를 발명했으리라는 것이다.

이후 문자를 통해 뜻을 나타낼 수 있다는 생각은 더 넓은 지역으로 퍼져 나갔다. 우선 수메르 근처에 살고 있던 엘람인들이 원시 설형문자와 비슷한 원시적인 문자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기원전 2500년 경에는 현재의 파키스탄과 인도 서부를 포함하는 지역인 인더스 계곡에서도 문자가 쓰이기 시작했다.

중국에서는 이보다 조금 늦은 기원전 1500∼1200년에 문자가 발명되었고 중미 지역에서는 기원전 250∼300년 문자가 선을 보였다.

인더스 계곡에서 발견된 문자들은 아직 해독이 되지 않았다. 고고학자들은 지금까지 인더스 계곡의 사람들이 메소포타미아 지역과 무역을 하면서 영향을 받아 문자를 발명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그러나 최근 고대 도시인 하라파의 유적에서 발견된 기원전 3300년 경의 항아리 조각에 새겨진 그림들이 인더스 문자의 원시적인 형태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한편 중국 문자에 대해서도 독자적으로 발명된 것이라는 주장과 서역의 영향을 받았다는 주장이 엇갈렸다.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중국어 교수인 메어박사는 페니키아 문자와 중국 문자 사이에 공통점이 발견되고 중국 서부의 사막에서 서역의 천으로 만들어진 옷을 입고 백인얼굴의 특징을 지닌 미라들이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중국이 서역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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