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캠페인]어린이 태운車 90%「무대책」운행

  • 입력 1999년 4월 11일 19시 42분


어머니가 어린 아이를 무릎에 앉힌 채 승용차를 타고가다 불의의 충돌사고가 발생할 경우 어머니가 받을 충격의 70%를 아이가 대신 받는다는 게 외국의 실험결과다. 칭얼댄다고 아이를 안고 운전석 옆자리에 타기 일쑤인 우리의 교통문화로 볼 때 충격적인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일반적으로 승용차 운행시의 효과적인 보호장구는 안전벨트. 제대로 착용하면 사망확률을 50% 이상, 부상확률은 60∼70%가량 줄일 수 있다.

그러나 10세 미만의 어린이는 승용차 안전벨트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갓난아이나 체구가 작은 어린이는 성인용 안전벨트를 맸더라도 충돌사고시 차밖으로 튕겨나가기 쉽다.

이에 따라 교통전문가들은 어린이를 위한 별도의 보호장구를 마련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안전좌석 보조장비 등 어린이용 보호장구를 사용하면 어른이 안전벨트를 매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있다. 보호장구를 착용한 어린이에 비해 착용하지 않은 어린이는 7∼10배 중상 또는 사망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어린이용 보호장구 착용 실태를 보면 어이가 없다.

국제재난 및 교통의학회 이상완(李相完)부회장이 지난해 대도시 백화점과 유원지에서 어린이(10세 미만)가 탑승한 승용차 3천대를 조사한 결과 어린이용 안전장구를 구비한 차량은 4백9대(13.6%)에 불과했다.

안전장구를 갖추고는 있지만 조사 당시 사용하지 않는 차량이 24대나 됐다. 결국 어린이를 태운 승용차 10대 중 9대 정도는 어린이 보호대책없이 차를 운행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어린이용 보호장구 사용률이 저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부실한 도로교통법과 안전장구의 비싼 가격을 꼽는다.

97년 도로교통법을 개정할 때 어린이용 보호장구 사용을 의무사항이 아닌 권고사항으로 규정했다. 현재로선 강제로 보호장구를 사용토록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또 소수 업체가 어린이 보호장구를 생산할 뿐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가격이 10만∼40만원으로 비싸다.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허억(許億)안전사업실장은 “무엇보다 부모가 어린이 보호에 신경을 써야 하겠지만 보호장구없이 어린이를 태우는 차량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법개정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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