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재홍/550억짜리 스텔스機

  • 입력 1999년 3월 29일 19시 32분


나토의 유고연방 공습에 참가한 미 공군 소속 F117A 스텔스 한대가 27일 저녁(현지시간) 작전중 추락, 그 원인을 놓고 여러 얘기가 나오고 있다. 별별 첨단장비를 장착한 대공 무기에도 끄떡없다는 스텔스다. 이 최첨단 폭격기는 89년 미국의 파나마 침공과 91년 걸프전에서 맹활약했지만 지금까지 한번도 격추된 적이 없다. 이번 추락도 격추된 것인지, 자체 고장인지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스텔스는 공중급유로 거의 무한정 공중작전이 가능하며 초음속, 자동항법장치, 컴퓨터가 조정해주는 안정자세 등의 성능을 완벽하게 갖추었다.

▽1903년 미국 라이트 형제가 첫 비행에 성공한 후 비행기는 전쟁 중 유용한 무기로 발전을 거듭했다. 1차대전 중 비행기는 처음엔 정찰용이었고 그 다음 공중충돌전을 벌였으며 기관총을 달아 전투기로도 쓰였다. 본격적으로 전투기와 폭격기 수송기가 개발된 것은 2차대전 기간이다.

▽냉전기에 비행기는 정보수집용으로 첨단화했다. 60년5월 소련 총리 흐루시초프가 유엔총회에서 구두를 벗어 책상을 치며 흥분하는 사진 한장이 눈길을 끈 일이 있었다. 2만1천m 고공을 날며 소련 군사시설을 낱낱이 촬영해 온 미 정찰기 U2가 고장으로 추락해 증거를 잡힌 것이다. 그 뒤에도 U2는 쿠바에 배치돼 있는 소련제 미사일을 사진찍어 미국이 쿠바를 봉쇄할 근거를 제공했다.

▽스텔스의 최대 이점은 레이더망에 잡히지 않는 것. 현대 군사과학기술이 집약돼 ‘미국의 자존심’으로 묘사된 스텔스의 대당 가격은 5백50억원선이다. 그러나이보다훨씬더 비싼 비행기가 공중조기경보관제기(AWACS)로 4천억원 이상을 호가한다. 이번에 스텔스가 유고군에 격추됐다면 육안으로 조종한 대공포에 맞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첨단장비에는 오히려 재래식 무기가 효능이 있다는 역설적인 예를 보여준 것인지 궁금하다.

〈김재홍 논설위원〉nieman96@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