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인사이드]서울역앞 「양동」

  • 입력 1999년 3월 4일 19시 37분


서울역 광장 건너편은 요즘 공사로 어수선하다.

그 현장은 중구 남대문로 5가. 78년 시작된 재개발의 마무리 단계 공사가 한창이다. 지상 23층 지하 8층의 업무용빌딩 건축공사로 올연말 완공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곳을 남대문로5가라고 부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옛이름 ‘양동’으로 더 잘 불린다. 한때 서울 홍등가의 대명사격이었던 곳이다.

그 이름은 ‘양동1지구’(면적 5천1백76㎡)라는 재개발공사장 이름에 아직 남아있다. 재개발로 사라지는 양동. 재개발지구는 세곳으로 나뉘어 있다. 1지구 뒤편의 2지구는 낡고 우중충한 집들이 아직 그대로 남아 있다. 철거되는대로 ㈜대우가 짓는 지상 24층 지하 6층 규모의 고층빌딩이 들어설 계획이다. 힐튼호텔 옆 3지구에도 18층 이하 건물이 들어서도록 계획됐다.

서울역 건너 남산 아래는 이미 이런 고층빌딩들이 즐비하다. 대부분 재개발 건축물들로 대우빌딩 연세재단세브란스빌딩 힐튼호텔이 그것이다. 이제 양동재개발이 완료되면 이 지역에서 끝까지 남아 있던 빈민촌과 윤락가 ‘양동’은 완전히 자취를 감출 전망이다.

‘양동’이란 동명이 삭제된 것은 80년 7월. 서울시는 나쁜 이미지를 씻어 내기 위해 양동을남대문로5가에편입시켰다.

이름까지 바꿔가며 개발에 개발을 거듭, 반듯하게 정비되는 양동. 하지만 우중충하고 초라했던 빈민가를 대치한 빌딩은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그것은 그 빌딩에 가리는 남산의 모습이다.

서울역 광장은 남산 자락이다. 그러나 광장에서 남산을 보면 남산은 조각난 풍경으로 다가온다. 빌딩들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남산을 정면으로 가린 ‘거대한 벽’ 대우빌딩(완공 76년)은 ‘기능과 효율성이 최우선시되던 개발독재시대에 주변경관은 전혀 고려치 않고 만들어진 무표정한 빌딩’의 대표작으로 건축가들에게 혹평받는 건물이다.

벽산125빌딩(용산구 동자동)은 오른쪽 1백m거리에 있다. 이 빌딩 역시 남산을 가리고 있지만 그래도 설계자 고 김수근씨(건축가)는 설계 당시 남산경관을 해치지 않기 위해 무척 고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 사실은 ‘남산의 경관과 연관되어 있어 경관을 가리는 것을 최소화하는 배치를 택했다’는 글에서 확인된다.

그러나 양동에 들어설 재개발 고층빌딩들로 남산 모습찾기는 이같은 노력마저도 무색해질 위기에 놓인듯 하다. 서울시가 외치는 ‘남산 제모습찾기’은 공염불로 끝나고 말것인지.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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