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최병록/車 급발진사고 정부 관심을

  • 입력 1999년 2월 8일 18시 35분


지난해부터 고급 외제차와 국산차의 급발진사고가 부쩍 늘어나면서 자동차 안전문제가 사회적 관심을 모으고 있다. 97년 10월부터 1년간 소보원에 자동차의 품질과 관련된 소비자상담 및 피해구제 접수는 총 5천3백76건. 이 중 자동변속기 장착 자동차의 급발진 사고사례가 1백75건으로 전체의 3.3%를 차지할 만큼 빈번해지고 있다.

하지만 사고원인을 명쾌하게 밝히지 못하고 운전자과실로만 처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건설교통부도 명확한 사고방지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급발진사고가 전자파에 의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만 강조해 주무부처로서 안이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98년 11월 건교부는 전자파에 의한 오작동 여부를 밝히기 위해 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에서 실시한 시험결과를 발표했지만 이는 임시방편일 뿐 근본대책은 마련하지 않았다.

자동차제조회사에서도 승용차를 출고하기 전에 전자파검사를 충분히 하고 있어 사고가 차의 결함으로 일어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만 얘기한다. 이는 소비자의 무지를 이용해 책임을 면하려는 자세로 볼 수 있다.

최근 정부에서도 세계각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조물책임(Product Liability)법을 조만간 입법, 시행하려는 방침을 정해 입법시안을 발표했다. 소비자 안전은 이제 새롭게 인식해야 할 소비자보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자동차의 결함으로 인한 사고는 소비자안전과 직결된다는 면에서 다각도의 안전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는 자동차 급발진 사고가 이미 오래 전부터 소비자문제로 부각됐기 때문에 근본적인 안전대책이 마련돼 있다. 대표적 장치가 시프트 로크(Shift Lock)로 풋 브레이크를 밟지 않으면 자동기어변속레버가 풀리지 않도록 장치를 한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소비자안전을 중시해 정부와 자동차제조사가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강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의 자성을 촉구하고 싶다. 제조사 또한 외국에 수출하는 차량에는 선진국에서 시행하는 안전장치를 장착해 출고하고 있으면서 국내 판매차량에는 이를 외면하는 것은 세계화시대에 걸맞은 기업의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된다.

최병록(서원대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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