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세원/산업정책 21세기 대비할때

  • 입력 1999년 2월 3일 19시 29분


21세기까지는 2년이 채 남지 않았다. 20세기의 대미를 멋있게 장식하고자 하는 것은 모든 개인이나 국가의 바람이겠지만 우리는 우울할 뿐이다. 우리 경제가 IMF 관리체제라는 늪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질적인 면에서 경제가 부실하기 그지없다. 30대 기업집단 중 남아있는 것이 몇안되고 중소기업들도 고통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빅딜과 스몰딜은 논의만 무성할 뿐이다.

▼지식기반 구조 세워야▼

후발 개도국들은 우리나라가 차지했던 해외시장을 빼앗아 갔으며 선진국들은 지식기반 경제로의 이행을 서두르고 있다. 지식을 활용해서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세계 각국의 노력은 시간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가시화되고 있다.

앞으로 경제발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요소는 바로 지식이다. 지식을 지속적으로 창출 확산 활용하는 국가냐 아니냐에 따라 선후진국이 구분될 것이 확실하다. 가장 경쟁력있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며 더욱이 환경친화적인 생산요소가 지식이라는 사실은 이미 밝혀졌다. 따라서 강력한 산업구조 조정이 요청되는 현시점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목표는 지식기반경제요 지식기반산업구조의 구축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 모두는 지식의 창출과 활용을 극대화하는 산 지식인이 되어야 하며 기업은 물론 정부도 지식경영을 해야 한다. 특히 정부의 역할은 지식기반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지식의 창출 확산 활용이 동시적으로 순환되도록 경제사회 인프라와 국가적 혁신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두어져야 한다.

첫째, 개인의 창의력과 개성이 발현될 수 있는 다양한 교육체계와 전문인력양성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현재와 같은 입시위주 암기식 획일적인 교육체계 아래서는 개인의 지식이 창출되기 어렵다.

둘째, 제조업 관련 기업활동부문 뿐만 아니라 교육 노동 문화 관광 정보 유통 금융 국방 보건 환경 등 모든 부문에서 규제개혁을 통하여 경쟁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경쟁이 효율적으로 작동되지 않고서는 개인의 창의와 국가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셋째, 기술혁신이 빠른 정보통신 부문의 인프라 구축과 함께 공정경쟁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지적재산권을 보호해 주어야 하며 전자상거래나 인터넷 관련 법제도를 정비하여 지식의 창출 확산 활용을 극대화시켜야 한다. 지식은 공짜가 아니다. 선진국의 경우와 같이 지식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 주어야 한다.

넷째, 연구개발 투자의 대폭적인 확대와 산학연 협력 강화, 벤처기업 지원 등을 통하여 신규 산업의 태동을 촉진해야 한다. 특히 벤처기업은 제조업 뿐만 아니라 서비스산업에 속해 있는 기업도 포함시켜야 한다. 유망 지식기반산업은 정보통신 소프트웨어 영상 디자인 애니메이션 등 지식기반 서비스산업에 많이 있다.

지난해 12월에 개최된 공업발전심의회에서 21세기의 산업발전 비전이 제시되고 제조업과 서비스산업에 대한 차별지원의 철폐가 제시되었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이다. 또한 교육 및 인력개발이나 인프라 조성, 연구개발에 중점을 두겠다는 정부의 발표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기를 바란다.

이러한 간접적이고 비전제시 성격의 산업정책은 지식기반산업이 자생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거름으로서 침체된 민간에 활기를 불어넣는 활력소가 되어야 한다.

▼자생적인 발전 토양을▼

한편 정부나 업계는 다양한 지식기반 서비스산업의 육성이 제조업의 경시나 쇠퇴를 가져와서는 안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기존 제조업의 지식산업화 대상 부문은 앞으로도 계속 주력 수출산업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믿는다. 새로운 지식기반 서비스산업의 발전과 동시에 기존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의 지식 집약화가 향후 산업구조조정이 추구해야 할 과제임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끝으로 정부는 정책시행에 있어 부처간 협조와 정보공유를 통하여 정책의 일관성을 견지해야 한다. 제조업과 서비스산업의 융합에 따라 소프트웨어나 영상 음반 전자출판 방송 등은 전형적으로 업무가 중복되어 있는 분야이다. 정부는 특정첨단 산업에 현혹되거나 부처간 이기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과거의 우(愚)를 되풀이하지 않기 바란다.

김세원(서울대교수·국제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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