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오웅진/바른것은 바르게 하고…

  • 입력 1999년 1월 24일 20시 09분


새 아침이 밝았다. 어느 신부가 밝아오는 새 아침에 하느님께 기도를 드렸다. 다가오는 2000년 대희년을 준비하는 올 한해를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질문이었다. 하느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주셨다고 한다. “바른 것은 바르게 하고, 거꾸로 선 것은 바로 세워라.”

‘바른 것은 바르게 하고’, 그 뜻은 무엇일까. ‘거꾸로 선 것’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하다가 ‘바른 것’과 ‘거꾸로 선 것’에 대해 하느님께 다시 기도했다고 한다.

하느님께서 또 대답하셨다.“바른 것이란 하느님의 뜻대로 사랑으로 사는 것이고, 거꾸로 선 것은 사랑과 반대되는 시기 질투 미움 음행 복수 살인등과 같은 것이다.”

우리는 모두 조용히 자신을 들여다보고 내가 지금 바르게 살고 있는지 성찰해야 하는 시간에 와 있다. 세상 사람 모두는 바르게 살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그것은 여간 힘들고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인간의 행복에 대해서 자주 생각해본다. 행복이란? 만족한 삶이다 라고 말해도 아무 손색이 없는 표현일 것이다. 만족이란? 인간의 욕구가 충족된 상태를 말한다면, 인간에게는 너나할 것 없이 모두가 태어나면서부터 죽기까지 자기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살고 죽는다.

◇베푸는 사랑 실천을…

인간의 욕구는 크게 구분해보면 소유욕과 지배욕, 그리고 사랑의 욕구를 가지고 있다. 최소의 인간이 최대의 욕구를 가지고 태어나 천상천하를 소유하고 지배하려고 살아간다. 단 소유와 지배의 욕구는 맹목적인 욕구가 아니라 사랑의 욕구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많이 소유하고 많이 지배해야만 많은 사랑을 실천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난 수천년의 역사를 뒤돌아보면 그 역사 안에 나타난 역사의 주인공이었던 수많은 선열들의 발자취가 한결같이 소유와 지배의 역사요, 이 역사의 본 뜻은 많이 베푸는 사랑을 실현하고자 하는 좋은 뜻이었다. 그러나 지난 역사의 교훈은 인간이 갈구하는 사랑보다는 소유당하고 지배당하는 인간이었기에 인간의 욕구충족보다는 허탈과 좌절과 후회가 있을 뿐이었다. 소유하고 지배하려 했던 역사의 인물들은 모두가 다 소유하기 보다는 소유당했고, 지배하기 보다는 지배당했던 사실을 우리는 얼마든지 역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바른 것은 바르게 하고’, 이 한마디의 교훈은 소유하고 지배하기 보다는 이웃 모두가 기뻐하는 사랑의 욕구를 따라 이웃에게 베푸는 사랑을 뜻하는 것이라 본다. 이웃을 사랑하면 사랑하는 것만큼은 사랑받으니, 이웃에게 많이 베푸는 것은 많이 소유하고 지배할 수 있는 능력자가 됨을 느낄 때, 이웃에게 몽땅 베풀면 몽땅 소유하고 지배하게 되어 만족한 삶, 곧 행복을 차지한다고 확신한다.

◇남의 일도 내 일같이

지금의 현실은 온 국민 모두가 경제회복에 최우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IMF가 오게 된 원인이, 우리 국민 모두의 윤리와 도덕의 타락으로부터 왔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지만…. 윤리와 도덕의 회복만이 완전한 경제회복을 이룰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는 것이 얼마나 안타까운지 모른다.

요즘 경제청문회를 한다고 하는데 가끔 TV화면에 비치는 것을 보면 지난 경제파탄 문제에서 윤리와 도덕성 파괴로 인한 ‘거꾸로 선’인간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가. 기차가 레일을 벗어나 달리려고 하면 탈선해 그 자리에 넘어지듯 인간이 윤리와 도덕을 벗어나 인간 자체가 탈선을 하게 될때 경제 주체가 인간이라면 경제 또한 탈선을 하지 않겠는가. 경제청문회를 할 것이 아니라 윤리와 도덕성 회복 운동을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는 빵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빵보다는 사랑이 더 중요하다. 사랑보다는 빵(경제)문제만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 지난 과거와 같이 경제성장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윤리와 도덕성을 멀리하고 경제만을 추구한다면 또다시 더 큰 IMF를 키워나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거꾸로 선 것을 바로 세워라’하는 하느님의 말씀을 되새겨보면 오직 이 민족이 사는 길은 하나, 선택의 여지라기보다 지상의 명령은 “내 일도 내 일같이 하고 남 일도 내 일같이 하자”에 이른다.

오웅진〈신부·꽃동네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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