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육정수/공직사회 떡값관행

  • 입력 1999년 1월 24일 20시 09분


▽떡값의 사전적 의미는 ‘설이나 추석때 회사 등이 직원들에게 주는 특별수당’이다. 명절을 지내는데 소요되는 비용인 셈이다. 그 비용은 경우에 따라 차이가 있을 것이다. 보통의 경우 20만∼30만원을 넘지는 않을 것 같다. 정(情)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에서 그 정도를 순수하게 건네는 수준이라면 미풍일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공직사회에 만연된 떡값관행은 한계를 넘은 경우가 많아 문제다.

▽96년 축재혐의로 구속된 장학로(張學魯)당시 청와대 제1부속실장은 무려 21억원을 떡값으로 인정받았다. 그는 하루에 세번까지 점심약속에 나가 떡값을 챙겼다. 검찰은 이 사건에서 ‘한번에 1천만원 이하’를 떡값으로 분류하는 엉뚱한 기준을 세워 27억원중 6억원만 뇌물로 기소했다. 많은 비리의원들이 몇천만원씩을 떡값이나 정치자금으로 인정받는 경우도 우리가 흔히 보아온 대로다.

▽정치인과 공직자는 명절때 서민들의 수백배 떡이 필요한 건가. 서민들에겐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다. 대전법조비리사건 수사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판검사가 받은 떡값이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문제의 변호사로부터 떡값이나 향응, 전별금을 받은 판검사가 일부 드러났으나 형사처벌 하기에는 미흡하다는 게 검찰측 견해라고 한다. 정말이라면 얼마나 다행이겠는가. 그런 설명이 국민에게 설득력이 있을지는 두고볼 일이다.

▽떡값 정도라고 하지만 그것도 거듭되면 큰 액수의 뇌물이 될 수 있다. 향응비가 뇌물액수보다 더 클 수도 있다. 당장 직무와의 대가관계는 없더라도 비자금사건때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에게 적용한 것처럼 포괄적 뇌물죄에 해당되는 경우는 없는지. 사건 소개비를 받은 법원 검찰직원과 경찰관만 처벌한다면 불공평하다. 우선 그들에게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

육정수〈논설위원〉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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