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향기]김광규 「시조새」

  • 입력 1999년 1월 14일 19시 10분


아득한 옛날 이름없는 원시림에서

둔중한 꼬리를 끌고 다니던

공룡에게도 머리가 있었다

길이 없는 질펀한 소택지에서

배를 끌고 기어다니던

파충류에게도 꿈이 있었다

넘어지고 미끄러지고 울부짖으며 헤매다가

앞발을 들고 일어서서

사방을 두리번거리기도 하고

매달리며 떨어지고 가까스로

나뭇가지 위에 기어올라가서

언덕 너머를 바라보기도 했다

멀고 높은 곳이 그들에게도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어떻게 하늘로

날아올라가 생명의 꿈을

화석에 남겼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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