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상호주의」완화의 조건

  • 입력 1999년 1월 10일 19시 33분


새해 들어 정부의 대북정책이 크게 바뀌는 양상이나 분명한 변경논리가 없다는 비판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정부 출범 초기 대북정책 원칙으로 정경분리가 제시됐으며 이에 따라 북한의 간첩선 침투사건에도 불구하고 민간기업의 대북투자는 활성화됐다. 그러나 정부는 민간기업과 달리 국민 세금인 예산을 사용하는 남북당국간 교류에서는 상호주의 원칙을 지키겠다고 천명했다. 당시 상호주의 없이 정경분리만 제시됐다면 햇볕정책의 대북시혜 문제가 더 크게 도마 위에 올랐을 것이다.

강인덕(康仁德)통일부장관은 지난 주말 북측에 조건없이 비료 농약 종자 구급차를 지원할 뜻을 내비쳤다. 이것들을 식량과 같은 성격의 인도적 지원품목에 포함시키고 정부가 직접 북측에 건네주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 대북 포용정책은 지난해보다 훨씬 더 폭이 넓어지게 된다. 정부는 북한에 인도적 차원에서 비료를 지원하면 남북간 신뢰쌓기에 도움이 될 것이고 우리가 원하는 이산가족 상봉도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표시했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4월 베이징(北京) 남북차관급회담에서 정부가 비료지원과 이산가족 찾기를 맞바꾸어야 한다고 했던 상호주의 협상안을 번복하는 결과가 된다. 이런 입장변화에 대해 정부는 납득할 만한 논리를 내놓아야 한다.

정책원칙의 기계적 적용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융통성을 내세운 상호주의의 완화라 해도 정부가 그로 인해 일어날 부작용을 충분히 검토했는지 묻고 싶다. 그동안 햇볕정책이 적지 않게 야기한 시비를 감안해서도 그렇다. 인도적 견지에서 북한에 주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며 그후 북한이 보일 반응을 예상하고 국민여론에 책임질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93년 초 이인모(李仁模)노인을 송환받은 북한이 거꾸로 적대행위를 해서 남북관계가 얼마나 더 후퇴했는지도 다시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성급하게 실적을 얻으려는 대북 호의조치가 남북관계를 더 악화시켜서는 안될 일이다.

정부는 또 신년 초 국가안보회의에서 모든 대북문제를 대화와 협상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일관된 포용정책을 뜻하지만 미국과 일본내 대북 강경여론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는 두나라와의 정책조율이 전제돼야 할 것이다. 지난주 방한한 일본 방위청장관의 언급도 대북 강경기조에 해당한다. 미국의 대북정책은 2월말경 윌리엄 페리 대북조정역이 제출할 종합보고서로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과 일본내 한반도위기론이 과대 증폭된 감은 있다 해도 대북정책에서 한미일 공조가 흔들려선 결코 안된다. 정부는 상호주의의 완화 이유와 그후 북한 행동에 대한 후속대책을 납득할 만하게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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