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강미은/인터넷과 정보의 빈부격차

  • 입력 1999년 1월 6일 19시 19분


인터넷 시대의 장밋빛 미래를 꿈꾸는 일도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정보사회에서 소외되어 있는가를 살필 필요가 있다.

인터넷에 일단 접속한 사람들에게 장애물이란 없다.인터넷을 관장하는 기관이란 없으며 가상공간에서는 접속을 위한 ID와 암호가 현실의 이름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본적인 접속을 위한 컴퓨터 하드웨어나 네트워크연결 통로를 가지지 못 한 사람들에게는 인터넷 접속 자체가 장애물이 된다. 본 게임을 시작하기도 전에 서류심사에서 떨어져 운동장에서 뛸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셈이다.

▼사회문제로 떠올라 ▼

다른 여느 자원도 마찬가지지만 정보라는 자원도 사회에서 균등하게 배분되지 않고 있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상대적으로 많이 보급된 미국에서도 전체 인구의 15% 정도만이 인터넷 사용자로 조사되어 있다.

각종 조사마다 이 수치는 비슷하게 나온다. 이 통계를 더 자세히 분석하면 인종간의 격차,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격차, 성별 격차를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컴퓨터의 소유를 살펴보면 백인 가정에서는 세 가구 중 한 가구가 컴퓨터를 가지고 있다. 백인 가정의 컴퓨터 소유율은 흑인 가정보다 두 배 이상이나 높다.소득수준에 따른 격차도 뚜렷하다. 일년 수입이 5만 달러 이상되는 가정의 60% 이상이 컴퓨터를 가지고 있는데 비해서 소득 2만 달러 미만의 가정에서는 열 집당 겨우 한 대 정도다. 정보 최빈층이라 할 인디언 보호구역에서는 전화를 가진 사람조차 드물다.

정보화 시대에서 컴퓨터는 인터넷 접속의 필요조건이다.직장에서건 집에서건 공공도서관에서건 컴퓨터를 만질 기회가 있어야 정보고속도로를 접할 기회도 생긴다. 어린 시절부터 컴퓨터를 사용해서 정보를 얻는 데에 익숙해 있는 아이와 컴퓨터라고는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만져 보지도 못한 아이 사이에는 학교에서의 학업성취와 미래의 커리어 확보에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차이가 개인적인 문제에서 끝나지 않고 구조적으로 저소득층이 소외되는 단계에 있기 때문에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정보산업이 발달할수록 정보의 빈자는 더 가난해지고 정보의 부자는 더 부유해진다는 ‘지식 격차 가설’이 있다.

기본적으로 지닌 자원에서 시작한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커져서 두 계층의 정보격차를 벌여놓게 된다. 정보화 시대에서 인터넷에의 접근이 원천적으로 봉쇄된 계층이 커진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실현에 걸림돌이 된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흑인지역이나 저소득층 밀집지역의 공공장소에 누구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컴퓨터시설과 인터넷을 집중적으로 배치하고 있다. 현재의 빈민층이라고 해서 미래의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환경에 접근할 기회조차 박탈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그 효과에 대해서 의문이 제기되고는 있지만 현재로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은 하는 셈이다.

정보의 빈부 격차는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다. 기술의 발달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인터넷 접속을 몇백배나 빠르게 하는 새 기술이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인터넷 자체에 접속조차 할 수 없는 인구가 대다수라면 오히려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다.

신문과 방송이 날마다 인터넷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기술의 발전을 열광적으로 보도하지만 과연 그런 정보가 전체국민의 몇 퍼센트에게나 의미있을지에는 관심을 가지는 기사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중산층 이상의 구매력있는 구독자나 시청자의 관심을 끌어서 그들을 단위로 묶어서 광고주 앞에 선보이는 데만 열중할 일이 아니다.

▼정보소외계층 배려를 ▼

정보화 사회도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 여기에서 소외되는 계층에 눈을 돌려야 하고 공공장소에서 누구나 쉽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설비하는 일이 필요하다.

IMF시대에 웬 한가한 인터넷 타령이냐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1백년전 읽고 쓸 줄 모르는 문맹이 사회문제였듯이 다음 세기에는 정보를 다룰 줄 모르는 사람이 바로 문맹으로 여겨질 것이라고 한다.

21세기가 지금보다 더 견고한 정보사회로 정립된다면 정보의 빈부격차는 지금보다 훨씬 큰 사회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강미은(美클리블랜드주립대교수 신문방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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