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김용정/21세기 미래전략

  • 입력 1998년 12월 7일 19시 26분


20세기가 저물어가고 있다. 2년후면 21세기가 시작된다. 그러나 역사속에 돌입해 들어오는 특수한 시간 카이로스로 보면 21세기는 이미 시작된 것이며 우리는 지금 문명사적 대전환의 와중에 있다. 그것도 근대산업주의에 기반한 산업기술문명의 고도화가 아니라 근대공업사회 자체가 막을 내리려는 대변혁이다.

앞으로 전개될 사회는 지금까지의 산업사회 또는 정보화사회가 더욱 고도화한 사회가 아니라 전혀 새로운 문명의 도래를 의미하게 된다. 일찍이 80년대 중반 ‘지가(知價)혁명’을 주창한 사카이야 다이치 일본기획청장관의 표현을 빌리면 그것은 종래의 아카데미즘의 용어로는 그 성격조차 규정할 수 없는 ‘지가(知價)사회’가 열리고 있는 역사적 순간이다.

‘제3의 물결’을 예언한 앨빈 토플러의 진단 또한 마찬가지다. 21세기 ‘뉴 이코노미’의 틀은 지금까지와는 판이하게 달라지게 된다. 지식 정보와 같은 가치들이 자본으로 등장할 것이고 그것은 무한한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것이다. 그렇지만 그가 말하는 정보화는 단순한 정보집약적 사회로의 이행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소프트웨어가 주요 상품이 되는 지식문명사회의 도래를 의미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이 단기간에 세계가 놀랄만한 부(富)를 축적한 것은 새로운 자본이 주도하는 ‘뉴 이코노미’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지금 세계는 급변하고 있다. 지식의 효율적 생산과 유통을 위한 시스템간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각국의 기업 금융 정부 등 경제주체들은 지속적으로 혁신을 이끌어갈 지식을 체계적으로 생산하고 사용하는 기술혁신시스템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리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하에 놓이게 된 것도 지식사회로 이동해 가는 과정에서 지식의 축적 창출 활용능력이 부족해 그같은 변화에 능동적으로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전기 전자 자동차 정밀화학 등 고기술 산업과 조선 철강같은 규격대량생산형 산업에서 경쟁우위를 차지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고기술 산업은 이미 단일국가 수준을 뛰어넘은 초국적 기업들이 전세계를 상대로 무한경쟁을 펼치고 있다. 그들과의 경쟁은 혁신기술 집적과 혁신시스템의 완결성 차이만으로도 게임이 안된다. 우리는 지식이 힘인 문화, 지가(知價), 소프트웨어화에서 미래의 활로를 찾아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의 경제개혁은 구조적 모순과 장애를 제거하고, 이미 낡고 부적절한 ‘발전 모델’을 뜯어 고치는 데만 매달려 있다. 물론 기업 금융 노동 공공부문 등의 개혁은 국가경제체질을 바꾸고 지식기반경제의 토대를 다지는 일이긴 하다. 그러나 현재의 개혁과제 못지않게 미래전략 또한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가 새롭게 제시한 창조적 지식기반국가 건설은 올바른 미래비전이자 생존전략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같은 목표와 방향설정이 아니라 문명사적 변화를 꿰뚫는 혜안과 구체적인 실천프로그램일 것이다.

김용정<논설위원>yjeong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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