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트럼]『윌리포드 양반이네』 … 나래감독에 깍듯

  • 입력 1998년 12월 4일 19시 11분


“아버지, 안녕하세요.”

기아엔터프라이즈의 윌리포드. 1m97, 99㎏의 거구인 그는 나래블루버드의 최명룡 감독을 만날 때마다 깍듯이 허리굽히며 이렇게 인사한다.

윌리포드는 25세. 최감독은 46세. 나이로 봐도 결코 최감독은 아버지뻘이 아니다. 게다가 윌리포드는 턱수염까지 기른 모습. 때문에 윌리포드의 입에서 아버지 소리가 나오면 주위에선 폭소가 터지게 마련이다.

왜 윌리포드는 최감독을 아버지라고 부를까. 사연이 있다. 프로농구 원년리그가 한창이던 지난해 2월. 미국의 윌리포드 어머니에게서 나래 숙소로 전화가 왔다. 어머니가 최감독에게 당부한 말은 “한국에선 당신이 아버지니까 아들이 말을 안들으면 때려도 좋다”는 내용.

윌리포드의 아버지와 최감독은 동갑내기. 확인해보니 공교롭게도 최감독의 생일이 꼭 하루가 빨랐다. 이것을 안 다음부터 윌리포드는 최감독을 아버지라고 부른다는 것.

최감독은 지난해 용병 트라이아웃때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윌리포드의 부모를 처음 만났다. 아버지는 흑인으로 1백40㎏의 거구. 어머니는 폴란드계 백인으로 교육열이 대단했다는 것이 최감독의 전언.

2년동안 나래 선수들과 한솥밥을 먹은 윌리포드는 기아로 간 지금도 틈만 나면 나래 숙소로 전화를 건다. 최감독이 받으면 “아버지, 안녕하세요”, 주방 아주머니가 받으면 “아줌마, 배고파요”다. 이제 윌리포드는 한국사람이 다됐나 보다.

〈최화경기자〉bb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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