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육정수/감청영장 심사강화

  • 입력 1998년 11월 24일 19시 24분


헌법과 인권과 사법부는 불가분(不可分)의 관계에 있다. 헌법은 말할 것도 없이 나라의 최고법이다. 법률 시행령 등 하위법이 헌법 규정과 정신에 어긋나면 위헌이 되는 것이다. 인권은 헌법이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인권관련 조항들이 헌법의 앞부분을 차지하고, 그것도 20여개 조항에 걸쳐 상세히 규정돼 있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사법부는 ‘인권의 최후 보루’다.

▼민주국가의 책무 가운데 국민의 인권보호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그러나 우리 헌정사를 보면 인권조항의 상당수가 장식품에 불과했던 시절도 있었다. 인권은 삶의 질을 결정짓는 척도라고 할 수 있다. 사법부가 보루의 역할을 제대로 하느냐에 따라 국민의 행복이 달려 있다고 해도 틀림없다. 인권중에서도 사생활의 비밀은 가장 기본적인 삶의 조건이다. 사법부가 이를 보장해 주지 못한다면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영장전담 판사들이 감청과 계좌압수수색 영장의 심사를 엄격히 하겠다고 결의한 것은 그런 점에서 안도감을 준다. 그동안 수사기관의 영장남용에 대해 감독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는 자성과 앞으로는 철저히 하겠다는 다짐의 뜻이 함께 포함된 것으로 이해된다. 감청에 대해서는 이미 국회에서 문제가 제기돼 법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그것과 별도로 판사들이 고심끝에 대처방안을 마련한 충정은 평가할 만하다.

▼법원이 감청과 계좌압수수색 영장의 심사를 강화하게 되면 검찰과의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벌써 검찰에서는 수사에 큰 장애가 될 것이라는 불만의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수사기관의 어려움을 모르는 바 아니나 수사의 편의가 인권보호보다 높은 가치일 수는 없다. 이제는 수사기관도 인권중시의 바탕 위에서 수사를 생각해야 한다.

육정수<논설위원>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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