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스탠더드라이프]加방송사,성금 사용내역 방영

  • 입력 1998년 11월 22일 18시 21분


여덟살에 캐나다로 이민가서 20년 가까이 캐나다와 홍콩에서 살다 서울서 대학을 나와 증권회사에 다니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한 달 정도 앞둔 이맘때면 캐나다의 방송사들은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모금한다. 인기 연예인들을 동원해 성금 모금에 동참해달라는 내용의 특집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보낸다. 성금을 보내준 사람들을 소개하는 것은 물론이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보내준 성금을 어디에 얼마나 썼는가 하는 후속 프로그램을 정성들여 제작해 보여준다는 점이다.

성금으로 장만한 식사를 맛있게 하는 노숙자들,히터를 선물받고 불을 쬐며 좋아하는 양로원의 할머니 할아버지들, 장난감 선물을 받는 고아원의 어린이들…. 성금의 사용내역과 함께 혜택을 입고 행복해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봄으로써 성금을 낸 사람들은 “내 돈이 저렇게 요긴하게 쓰였구나”하고 보람을 느끼게 된다.

화재나 지진 피해를 입은 이재민이나 특이한 질병을 앓고있는 환자를 위해서도 성금 모금 캠페인이 벌어진다.

나는 암환자 돕기 캠페인에 성금을 낸 적이 있었다. 모금이 끝난 뒤에는 암환자 치료를 위한 건물을 짓고있는 장면, 암환자가 새로 산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모습, 약을 먹고 회복기에 접어든 환자의 밝은 표정 등을 담은 후속 프로그램을 볼 수 있었다. 모두 나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한푼 두푼 기부해 모은 성금으로 이뤄진 ‘작은 기적’이었다.

올 여름 한국에서 폭우로 이재민이 발생했을 때 이들을 돕기 위한 성금을 여기저기서 모금하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성금이 어디에 얼마나 쓰였는지는 아직까지 알려주는 곳을 못봤다. 성금 일부라도 어디로 새지 않았나 가끔 의심이 든다.

더글러스 안(워버그증권 서울지점 영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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