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박현진/한국경제 낙관론의 허실

  • 입력 1998년 10월 29일 19시 04분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플러스로 수정하기로 우리 정부와 합의했다. 이달초까지만 해도 ‘-1% 성장’ 전망을 내놓았던 IMF다.

미국의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와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이 최악의 상황을 벗어났으며 내년 상반기에 플러스 성장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8∼9월까지만 해도 비관적으로 전망했던 그들이다.

미국의 대표적 경제예측기관인 와튼계량경제연구소(WEFA)와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등도 비슷한 관측을 내놓고 있다. 최근 한국 방문이 늘고 있는 해외 투자자들의 발언도 희망적이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들은 아직 신중한 모습이다. 국내 민간경제연구소 등의 전문가들도 낙관론 가세를 억제하는 분위기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29일 “우리 경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이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린 때문이라 또 그런 실수를 거듭할까봐 조심스럽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최근의 상황 호전은 내부의 변화보다는 미국금리인하 엔화강세 등 국제적인 여건의 개선에 기인하는 몫이 절대적이다. 외부 여건이 흔들리면 우리 경제가 다시 위기로 접어들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최근들어 상승했던 외국환평형기금채권 값이 29일 브라질의 IMF구제금융 신청소식으로 다시 떨어진 것도 이를 시사한다.

금융권과 기업의 숨겨진 부실규모가 얼마나 될지, 기업 구조조정이 제대로 진행될지 등도 아직은 안개속이다.

IMF 등의 한국경제 낙관론은 IMF식 처방의 성공스토리를 하나쯤은 만들어내야 할 그들의 필요성에 의해 강조되고 있는 것이라는 풀이도 없지 않다.

이럴 때일수록 들뜨지 말고 외풍에 흔들리지 않게 내실을 다져야 할 것이다.

박현진<경제부>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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