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흥업소 特區」해볼만

  • 입력 1998년 10월 27일 19시 29분


국무총리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유흥업소를 특정 지역에 집중시키는 ‘유흥업소 특구(特區)’를 10개년 계획으로 추진하고 있다. 도시 전역에 흩어져 있는 유흥업소를 한 곳으로 모아 주거지역과 분리시킴으로써 각종 폐단을 막아보자는 취지다. 여러 선진국에서 시행돼 범죄 예방과 청소년 보호 측면에서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는 제도다. 우리에게 바로 접목시킬 경우 상인과의 마찰 등 예상되는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회공익 차원에서 도입을 적극 검토해 볼 만하다.

세계 어디에서도 우리처럼 도시 전역에 유흥업소가 퍼져 있는 나라는 찾아 보기 어렵다. 주택가 한복판에, 심지어 학교 바로 옆까지 술집이 침투해 있다. 상업지역과 주거지역 등을 구분하는 도시계획이 있기는 하지만 행정당국이 유흥업소를 특별 관리해야 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접대부 고용을 포함한 각종 불법 변태영업이 번지고 있는 단란주점이 주거지역에도 허가돼 있고 소주방 호프집이 일반음식점으로 분류돼 어디서든 신고만으로 영업이 가능한 사실이 어설픈 행정의 단면을 보여준다.

그에 따른 부작용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단계다. 곳곳에 들어찬 술집들의 과당경쟁으로 음주문화의 퇴폐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더욱 걱정스러운 일은 청소년들에게 결정적으로 유해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점이다. 유흥업소 난립으로 청소년들이 술집을 이용하기도 쉬워졌지만 한편으로 술집 주인들이 미성년자를 불법 고용하기도 쉬운 여건이 되고 말았다. 지난 1년동안 유해업소에 고용됐다가 적발된 미성년자 접대부와 윤락녀가 4천3백명에 이르며 윤락녀로 일해온 10대 가운데 44%가 여중생이라는 대검찰청의 최근 발표는 충격적이다. 과연 맞는 통계인지 귀를 의심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유흥업소 특구가 도입된다면 여러 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한 지역에 유흥업소들이 모이게 되면 청소년들의 접근을 차단하기가 용이하므로 미성년자 출입이 줄어들고 불법고용문제 해결도 훨씬 쉬워질 것이다. 청소년을 유해환경으로부터 차단한다는 측면에서 잘하면 ‘특효약’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유흥업소 특구 실현에는 적지 않은 난관이 놓여 있다. 우선 관련 지자체의 협조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유흥업소 난립이 안고 있는 문제점에 공감하고 공익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미 허가가 난 업소에 이전을 강요할 수는 없으므로 세금감면 혜택 등 유인책을 적극 펴나가는 등 장기적 안목에서 치밀한 계획을 세워 추진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 사회 전반의 왜곡된 음주문화를 개선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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