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 돋보기 답사]「국보」속의 외국산 문화재

입력 1998-09-20 20:23수정 2009-09-25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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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서 국보급 도자기가 발굴됐다고 하자. 그런데 이것이 중국에서 만든 도자기라면 국보로 지정할 것인가, 말 것인가.

우리의 국보 보물 중에도 우리가 만들지 않은, 외국산(産) 문화재가 있다. 국보 제42호 전남 승주군 송광사 목조삼존불감(木彫三尊佛龕·62년 지정), 국보 제168호 백자진사(辰砂)매화국화무늬병(74년 지정), 국보 제89호 금제 교구(허리띠고리·60년 지정), 보물 제393호 인천 강화군 전등사 범종(63년 지정) 등이 그 대표적인 예.

송광사 불감은 8세기경 중국 당나라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정교한 조각 수법이 돋보이는 걸작으로 불상 얼굴을 비롯해 전체적인 이미지와 세부 표현법이 당나라 불감과 똑같다.

백자진사국화무늬병은 14, 15세기경 중국 원말 명초(元末明初) 때의 작품. 전체적으로 형태가 세련되고 붉은색 문양(이를 진사라 한다)이 아름다운, 백자진사의 명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1916년 평양 석암리9호분에서 발굴된 금제교구는 화려하고 정교한 문양으로 보는 이를 매료시키는 금속공예품. 1, 2세기경 북방 초원지역에서 제작되어 한반도로 유입됐다는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이들 국보의 예술적 문화적 가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국보 지정 당시에는 대체로 우리가 만들었거나 만들었을 것으로 생각한게 사실. 이후 연구 성과와 비교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외국산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국보나 보물을 지정하는 일은 신중해야 한다. 알고 지정하는 것과 모르고 지정하는 것은 분명 다르다. 국립중앙박물관의 한 연구원은 “외국의 것으로 밝혀진 이상 재검토가 필요하다. 나아가 국보는 국보로서, 보물은 보물로서 가치가 있는 지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그러나 상반된 시각도 적지 않다. 비록 우리가 만들지 않았더라도 ‘우리 땅에서 우리가 사용했던 유물은 우리의 애환과 체취가 담겨 있는 우리 문화재’라는 말이다. 인류의 문화유산이라면 우리의 국가문화재로 지정해 보존해야 함이 마땅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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